[준찬] 어주죽

 KPC ! 어째서 주인공을 죽인 건가요?

KPC . 권우찬
PC . 구원준
.
.
Chapter 1. 봄이 돌아오는 날.
무언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시멘트와 비교적 무른 형체가 부딪혀서 짓뭉개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차에 들이박는 걸 가정할까요.
분명 그것은 쓸데없는 행위일 겁니다.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두 팔을 허우적거리고,
살려달라고 애원을 뱉었던가요.
추락.
그리고 이어지는 3초.
맞아요,
딱 3초가 지났어요...
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지금쯤이면 수줍게 두 뺨을 붉혀야 했을 주인공은
저 밑바닥에 있습니다.
그래요.
주인공이 죽어버렸어요.
지금 이 세상의 장르는 로맨스가 아니었나요.
사랑으로 시작하며 엔딩이 떨어지는 세상이 아니었습니까.
그 사이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땅이요.
분명 그랬을 텐데.
전제가 사라졌습니다.
시작하기는 커녕 회색 길 위로 붉은 핏물이 번져갈 거예요.
범인이 눈 앞에 있습니다.
권우찬:원준이 형.
권우찬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야말로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된 것이
매우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세상이 골라내고 또 골라낸 존재라는 것이 합당할 만큼.
언제나처럼,
여전히 아름다운 채...
권우찬:이번 방학에는 뭘 하고 싶어?
사랑을 시작했어야 할 대상을 난간 밖으로 밀어버렸는데도.
그것을 들켜버렸는데도.
담담한 어조로 말합니다.
구원준, 심리학 판정.
구원준
심리학
기준치:65/32/13
굴림:72
판정결과:실패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명확한 것을 읽어내기엔
상황으로 인한 아연함이 컸던 걸까요.
단 한 가지 사실만이 틀어박힙니다.
권우찬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상승+5
이건 정상이 아닙니다.
애초에 이건 연애를 위한 게임이라고요.
마침내 사랑을 이루어서 가장 행복해질 수 있었을텐데.
평범하였던 당신의 삶에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위험.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마저도 한없이 매력적인 당신의 친구는
한없이 위험합니다.
손바닥에 땀이 차오르는 불안으로 SANc 0/1.
/
구원준:(손바닥에 차오르는 땀을 바지에 느릿하게 닦는다. 지금 제 시야에서 펼쳐진 광경이 무엇이었는지, 알면서도 모르는체 넘어가버리고 싶다.) 지금...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 아니 애초에... .......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것마냥 뒤이어 아무런 말도 할 수도, 바닥을 내려다볼 용기도 없다.)
권우찬:(뜨인 눈이 살짝 크게 떠지며 느릿이 네가 있는 방향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는다. 조심스럽게, 차분하게. 네 표정을 살피는 낯은 다정하기 그지없다.) ...형, 무서워하지 말아줘. 나 알잖아, 나는 네 친구야. 언제나 교실에서, 옆자리에 앉아있던 친구. ...많이 놀랐어?
구원준:(한순간에 벌어졌던 상황과는 다르게 차분해보이는 네 표정을 보고있자니 오히려 괴리감이 느껴진다. 제게 다가오는 네 발걸음수 만큼 뒤로 멀어져본다.) ...안 놀랐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이 상황에서 안 무섭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거짓말일 거고.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건지 물어보면, 대답해줄래? 나는 네 친구니까?
권우찬:(벌어지는 거리에 멈칫, 발걸음을 멈추고선 제 입술을 꾸욱 깨물고선 눈을 내리깐다. 예상했던 반응이건만, 상처받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을 정리하는 듯 싶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연다.) 그냥, 그냥 그러고 싶었어. 이렇게 말해도 믿을까 싶긴 하지만, 그저 사소한 다툼 끝에 벌어진 상황일 뿐이야. 형이 본 것처럼. 그래도 이것만은 믿어줬으면 좋겠는데. 난 형을 해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
구원준:(사람을 죽인 건 본인이면서,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지... 평소였다면 저 표정에 넘어가 마음이 약해져버렸을지 모르겠지만.) ...뭐라고? (뒤이어 이어지는 말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말이라 마음이 약해질 틈도 없었다. 표정이 와락 구겨진다.) 보통 정상적인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소한 다툼 끝에 살인을 하진 않지. 우찬아. (한숨이 밀려나온다. 아니, 한숨이 아니라 떨리는 숨을 뱉은 것뿐이던가.)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
권우찬:(주먹을 꽈악, 거세게 움켜쥐더니 눈을 바로 뜬다.) 형이 그렇게 말해봤자, 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일은 없을 거야. 만약 죄책감을 느낀대도... 그게 저 녀석 탓은 아니겠지. (네가 아닌 무언가를 응시하며 침잠하듯, 혹은 통쾌하다는 눈빛을 내보이던 눈동자가 네게로 향하며 순수한 빛과 함께 어떠한 결의를 담는다.)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어. 난 절대로 형을 해치지 못할 테니까.
구원준:(시선 마주하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을 것만 같다. 그저 기분탓만은 아닐 듯하여 눈을 내리깔아 시선을 바닥으로 옮겨본다. ...그렇게 가만히. 우두커니 잠시 서있는다.) 왜 그랬냐는 질문에는 그냥이라더니.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다시 고개를 들어올려 시선을 마주한다. 그 짧은 사이 흔들리던 눈동자가 네게 고정된다. 그 어떤 죄책감도 없는 듯한 눈빛에 오히려 제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간다...) 목숨 같은 건 걸지마, 별로 안 받고 싶으니까. 그냥 난, 제대로 된 이유. 그거 하나면 되는데.
권우찬:그렇게 물어봐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히 없는 걸. 날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이건... 생각보다도 견디기 힘드네. (허탈하게 웃음 내지으며 뒷짐 지고선 손가락을 꼼지락 댄다.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그러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답은 없다. 진정시키는 나긋하게 말을 이을 뿐.) 그저, 저 녀석이 너무나 싫었을 뿐이야. 감정을 싣는 것 조차도 아까울 정도로.
구원준:그런 짓을 할 거였으면 이런 시선 정도는 감당할 준비도 했어야지. (우두커니 서있던 몸을 움직여 네게 가까이 다가간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네 앞까지 다가갔을 때, 다시 시야를 맞추며 네 눈동자를 바라본다. 이 머리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그래, 네가 말하기 싫으면 됐어.
(머리통을 열어서 볼 수는 없으니까 심리라도 알 수 있는 법이 없을까.) (심리학 판정)
구원준, 심리학 판정
구원준:
심리학
기준치:65/32/13
굴림:77
판정결과:실패
(그냥 머리통을 열어버리면 안 될까? 하........)
당신의 말이 끝맺음과 동시에
옥상 밑에서는 비명이 울립니다.
날카로운 소리가 담담한 대화 사이의 공백을 찢어버렸어요.
교실의 창문마다 고개를 내밀었는지 웅성거립니다.
운동장에 전교생이 나와
조례를 서기라도 하는 것처럼.
딱 그만큼 소란스럽습니다.
아연함을 느낄 법도 한데,
범인임을 자백한 권우찬은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옵니다.
두 걸음을 다가왔고,
세 걸음을 다가왔을 거예요.
신발과 신발 사이에 한 뼘을 남겨둔 채로 호흡합니다.
권우찬:그래서, 형.
날 밀어낼 거야?
더 없이 천진하게,
바닥으로 추락하듯이.
발목을 잡고 이성을 끌어내리듯이......
그는 속삭입니다.
마치 당신이 이 세상의 중심이라도 되는 것처럼.
권우찬:어차피 내일은 방학식이야.
아주 비밀스러운 무언가를 말하듯이.
예정된 사실을 말하더니,
권우찬:나랑 도망갈래?
발칙하게도,
불온하게도.
이런 제안을 꺼내는 것입니다.
단언컨대 이 세상에서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매력적이고, 아름답다고 인정받은 대상이......
다름 아닌 당신에게.
어떻게 하겠어요, 구원준.
어쩌면 경찰을 부르는 게 당연할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에 학생을 밀어버린 사람이 있다고.
다음으로는 주인공이 병원에서 깨어난다는
극적인 상황을 기대하고.
다른 공략 캐릭터와 문병 데이트를 하고,
그 사이에 당신은 다시 평범하게 지내는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
이런 충동도 일지 않습니까?
이탈해보고 싶다.
정해진 레일에서 빗나간 듯 달려보고 싶다.
언제나 교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동급생에게 느낄 생각은 아니었고,
살인자로부터 얻을 충동은 더더욱 아닐 테지만.
구원준.
수락했나요?
권우찬의 눈을 바라보면서요.
구원준, 관찰 판정.
구원준: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
구원준:(다른 이도 아닌, 네가 하는 말이다. 어쩌면 당연할 순간이 당연하지 않아지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네 옆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래.
우찬이가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었군요.
무척 기쁜 듯 밝게 웃음짓고 있습니다.
정말 뜻밖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눈동자에 들어찬 애정이 만일 물이었다면,
당신은 진작 물에 잠겼을지도 몰라요.
이곳이 옥상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 상승+10
더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는 걸까요.
우찬이는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계단으로 이끄는 걸음은 거의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가방을 가지러 가야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지만 미뤄둡시다.
어차피 일주일조차 아닌 시간이잖아요.
무조건 필요한 건 아닙니다.
권우찬도 교실까지 돌아갈 생각은 없는지 말합니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지나는 내내 유쾌한 기색으로 말했어요.
권우찬:학교 밖으로 나가자, 어차피 내일은 방학식이잖아.
아마 경찰은 바로 알아내기도 어려울 걸.
그러니까 개학할 때까지 내내 형을 성가시게 할래.
방학에는 뭘 하고 싶어?
난 놀이동산도 가고 싶다.
맞아, 놀러갈 거면 영화관도 같이 가봐야지.
들뜬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발소리가 복도를 울립니다.
보폭은 서두르지도 않고,
머뭇거리지도 않습니다.
경쾌한 걸음입니다.
누군가 본다면 여유롭게 하교를 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마주잡은 손이 따듯합니다.
정말 이 손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끼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때 우찬이가 바로 옆의 미닫이 문을 열더니
휙, 당신을 끌어당깁니다.
비어있는 교실.
체육 수업을 하러 나갔는지 자리마다 교복이 놓여 있네요.
우찬이는 바로 등 뒤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그리고서는 검지를 입술 앞에 대어서는 말했어요.
권우찬:쉿...
가까운 거리.
금방이라도 숨이 스칠 듯한 거리에서 권우찬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바닥을 구르고 있는 분필.
커튼에서의 먼지 냄새.
열린 창문 너머로 밀려드는 꽃잎.
지나칠 정도로 낭만적인 광경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봅니다.
구원준:뭔데? (소근소근...)
권우찬:(움찔, 고개를 살짝 뒤로 빼더니 재빨리 시선을 돌린다.)
그, 잠깐만 이렇게 있어봐...
구원준:(...지금 시선 피한 건가?) 왜, 다른 사람이라도 봤어?
권우찬:(눈 데굴) 너무 가까운 것 같...
응, 맞은 편에서.
구원준:왜. 친구라며. 이 정도 붙어있는 것도 싫어하냐. (눈 가늘게 뜨고 본다...)
권우찬:아니, 그게 아니라. (당황한 듯 손 휘적휘적)
그 와중에 복도에서는 이변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네요.
아무래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습니다.
구원준, 듣기 판정.
구원준: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93
판정결과:실패
(귀가 침침하네...)
듣기
기준치:70/35/14
굴림:84
판정결과:실패
???1: ......죽었다면서. 하필이면.... . 자살인가?
???2: 그건...... 그 녀석이...없지. 그게 당연...... .
???1: ...그렇지. ......하기는 하지.
창 밖으로 웅성거리던 소리가 넘어온 탓일까요.
대화의 일부만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귀를 재차 기울이기도 전에 그들은 순식간에 멀어집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누던 걸까요.
그래도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시체가 교내의 화제가 된 것은.
구원준:(소문이 벌써 났나... 하긴 이상한 일은 아니긴 하지.)
(당사자 빠아아아안히)
권우찬:(구원준 보느라 듣지도 못한 듯 입고리만 씰룩이면서 웃는 중)
구원준:(뭐야 왜 웃어? 황당...) 뭐가 그렇게 웃겨.
권우찬:응? ...내가 뭐. (괜히 제 뺨 문지르면서 딴청)
구원준:벌써 소문 다 났잖아. 사람 죽은 거. (볼 쭈우욱 늘려버림)
권우찬:아, 아야... 아파, 혀엉. (엄살)
구원준:떨어진 애가 더 아팠을걸. 니가 한 것만 아니었으면 나도 그냥 튀었을 텐데...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숨 푹...)
권우찬:...하하. (입 꾸욱 다물고선 눈 내리깔더니 괜히 흘끗 쳐다보고선 네 손 붙잡고 살살 흔든다.) 그래도 나 두고 안 가줘서 고맙네.
구원준:(붙잡힌 제 손 한 번, 네 얼굴 한 번 번갈아가며 보더니만) 그렇게 시무룩해져서 상처 받았다는 얼굴로 있었는데, 어떻게 두고가?
권우찬:형은 마음이 약해서 탈이야. (헤실 웃음 지으며 네 어깨에 툭, 이마 기댔다가 떼어낸다.)
구원준:이상하게 너한텐 약해지더라고. (언제는 너무 가깝다고 그러더니... 제 어깨에 기대게 만들고는 머리칼 복복 쓰다듬어준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랬겠지.
비어있는 교실.
나란히 서있는 두 사람.
상황적으로만 본다면 더할나위 없는 청춘의 한 페이지인데도
상황은 이리도 다르군요.
창문 밖으로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뒤늦게 확인한 학생들도 있었는지 비명이 반복됩니다.
체육 시간이 끝나서 이제 본 거라면
어느새 쉬는 시간의 종을 쳤을까요.
정신이 없는 겨를에 듣지 못했을 거예요.
혹은, 얼굴이 가까웠던 순간에
머릿속에 울리는 종소리라고 스스로 착각을 했던가.
어찌되었든 우찬이는 말합니다.
권우찬:돌아갈까?
구원준:(고개 끄덕) 돌아가자.
하긴, 이대로 여기에 머무를 수도 없죠.
곧 학생들이 들어설 곳이니까요.
당신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우찬이는 등 뒤의 문을 엽니다.
부드럽게 잡은 손을 당겨 이끌었어요.
먼저 한 걸음을 앞서 걷는 걸 보면
하교길의 경로를 다 정해두었나 봅니다.
교문을 통과하는 게 아니라,
건물 뒤편의 후문을 향하는 걸까요?
/
권우찬:이쪽으로 와, 아마 여기는 지금 사람 별로 없을 걸?
구원준:이런 것까지 미리 생각해둔 거 아니지? (괜히 농담투로 말 던진다.)
권우찬:과연 어떨까- (농담 투로 말 늘이며 손 잡은 채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구원준:(잡고 있는 손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계단 따라 내려간다.) 이럴 땐 아니라고 해야지.
권우찬:(눈 데구르르...) 근데 난 거짓말 같은 거 못하겠는데 어떡해, 형도 알잖아?
(코너를 지나며 사람이 없는지 흘끗 둘러본다.)
구원준:자랑이다... (잠시 다른 생각이 떠올랐는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근데... 이런 사건 뒤에 우리만 쏠랑 빠지면 제일 먼저 의심 받는 거 아니야?
권우찬:(뒤 돌아 눈 마주치고선 눈 깜빡이더니 작게 웃음 터뜨린다.) 걱정 마, 형이 의심받을 일은 없을 걸.
아니면 혹시... 나 걱정해주는 거야?
구원준:아니... 뭐. 걱정은 아니고. 혹시나 하는 그런 마음에. (...아 이게 걱정인가?) 크흠... 웃지마. 짜증나니까.
권우찬:하하, 아무튼 그런 걸로 쳐줄게. (큭큭거리며 웃더니 네 손 잡은 채 코너를 돌아 후문 쪽으로 발걸음 옮긴다.) 형도 거짓말 진짜 못한다. (중얼)
구원준:걱정은 아닌데, 들키면 어쩔지 생각은 해야할 거 아니야. (네 웃음소리에 괜히 투덜거리더니 네 발걸음에 맞춰 같이 걷는다. 뒤에서 따라 걷던 걸음 조금 재촉하여 옆에 서더니만)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권우찬:으응? 그으게... (고개 돌려 시선 피하더니 장난스런 투로 찡긋) 형 귀엽다고? 절대 뭐라고 한 거 아니다? (후문 문을 열어주며 생색이라도 내듯 턱 치켜든다.)
구원준:(어이없다는 듯이 본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이거 절대로 뭐라고 한 거네. 왜, 뭐라고 했는데? 어?? (네게 얼굴 가까이 들이밀고는) 형 눈 보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용서해줄게. (...칭찬이라도 해줘야하나. 그러기 싫은데... 잡고 있던 손 이끌어 함께 후문 밖으로 나간다.)
권우찬:아, 윽... 진짜. 이렇게 나오는 건 치사하지. (귓가 발개져서는 눈 찌풀)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네. (콧방귀를 뀌더니 네 어깨를 가볍게 톡톡 치고선 귀 대보라는 듯 손짓한다.)
구원준:뭐가 치사해. 눈 보고 얘기하는 게 그렇게 싫냐? (쩝, 소리 내더니만 고개 뒤로 뺀다.) 협박이라니, 이런 협박이 어딨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귀 가까이 가져다댄다.)
권우찬: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그거 오해야. (한 쪽 눈썹 들썩이더니 아랫입술 쭉 내민다.) 나 참...
(귀 근처에 손 모아 입가 가까이 대더니...) 후- (귀에 바람 불고선 히죽)
구원준:싫은 게 아니면 뭐야? 입술이나 집어넣고 말해.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 꾸우욱)
흐으아악 (몸 파르르;;;) 이게 미쳤나.......?
권우찬:(입 꾹 다문 채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 벌려 쫍 빨아내고선 후다닥 앞서나가 몸 피한다.) 푸핫, 속았지? 그러게 누가 순순히 귀 대주래?
구원준:(검지손가락만 피고 있는 상태로 뻣뻣하게 굳어있다. 두어번 심호흡 후에 네게로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가고...;) 진짜 짜증나게 굴지 말랬다... 어디 막... 어? 이걸 때릴 수도 없고.
사소한 장난을 주고 받으며 함께 후문을 나섭니다.
등 뒤로는 사람이 죽었다는 혼란이 떠나지 않을 거예요.
모든 것에서 유리되기라도 한 듯
우찬이는 정작 들뜬 걸음을 이어갑니다.
후문을 완전히 지나고서 골목에 들어선 지금마저도.
공략 캐릭터이지 않습니까.
히로인이요.
주인공은 가장 완벽한 짝이 되어줄 수 있었을 겁니다.
세상에 선택받은 만큼의 풍요를 누리면서요.
물론, 공략 캐릭터들에 비해 부족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보통 주인공의 특징이 아닌가요.
그러니 스스로 운명을 잘라내 버린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
구원준, 권우찬이 어떻게 보이고 있나요?
구원준, 관찰 판정.
구원준: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3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그 순간,
앞서나가던 우찬이가 걸음의 속도를 늦춥니다.
동시에 사방으로 벚꽃이 일렁입니다.
떨어져내리는 꽃잎마저도
마치 이 순간을 치장하는 듯 했어요.
분명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너무나도 짧은찰나의 봄.
고개를 돌리더니 오직 당신을 바라봅니다.
마치 옥상에 있을 때처럼 다른 것을 바라보지 않았어요.
저 매력적인 웃음이 그저
묵인하기 위한 동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오히려 마음이 복잡할지도 모릅니다.
구원준,
사실 언제나 권우찬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입학을 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 상승+10
권우찬:여기가 형네 집 아니야?
초록 지붕.
아, 그러고 보니
벌써 도착했네요.
초록 지붕과 대문의 창살 너머로 보이는 잔디.
마당 한 구석에 심어진 노란 꽃.
어느덧 집에 도착했습니다.
구원준:벌써 다 왔네. 학교에서 나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아쉽다는 듯 잡고 있던 손 놓는다.)
권우찬:그러게 말이야... 헤어지기 너무 아쉽다. (괜히 잡았던 손 물끄럼)
그래도 방학동안 같이 놀기로 했으니까.
안 까먹었지?
구원준:아~ 까먹고 있었는데. (슬쩍 웃음)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뭐, 어디 가고 싶다 했더라? 다 가자 그냥.
권우찬:이래놓고 내일 까먹었다고 연락 안 받는 거 아니야? (의심하는 눈초리)
안 되겠다, 내일 형 데리러 올 테니까 기다려. 알았지?
구원준:날 대체... 뭘로 보는 거야? (황당) 절대 안 그럴 테니까 걱정하지마. 농담을 다큐로 받으면 어떡하냐...
마음대로 하세요~ 나야 좋지. 갈 때 심심하진 않겠네.
권우찬:그럼 허락한 거다? (해맑게 웃음 지으며 네 어깨 툭툭)
어차피 형 동생들이랑도 오랜만에 인사하고 싶었는데, 잘 됐네.
입학했을 때부터 등교를 같이 했던 터라 그런지
꽤나 익숙한 모양새 입니다.
약속을 받아내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선
돌아가려는 듯 한 손을 흔들어 인사합니다.
방학식에는 아예 가지 말자고 했던 게 진심이었던 걸까요.
태연스럽게도 말하네요.
권우찬:그럼 내일 봐, 형.
구원준:(손 흔들) 내일 봐.
권우찬은 골목 끝으로 걸어갑니다.
우선, 당신도 집으로 들어가도록 할까요.
유난히 피곤할 겁니다.
온 몸이 무거울 거예요.
한계까지 긴장하다가 막 풀어진 몸이었으니.
부풀어 오른 풍선의 바람이 빠져나가듯이 너덜거리기도 할 테고요.
당장 침대 위로 드러눕고 싶지 않나요.
가족이 정겨운 목소리로 저녁 식사를 권유하지만
지금 더 급한 건 수면일 거예요.
김치찌개의 구수한 냄새가 좋아 보이지만,
어차피 내일도 먹을 수 있으니
2층에 있는 당신의 방으로 올라갑시다.
계단을 올라가면 화장실과 당신의 방이 있는 짧은 복도가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익숙한 방 안이네요.
침대와 책장을 비롯한 가구들
일상에서 비롯되는 평온함이 있습니다.
그래요,
이제야 일상으로 되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지 않습니까.
똑같이 학교로 향했을 뿐인데도.
하교를 하였을 뿐인데도.
아마도 책가방을 두고 왔다는 이유만은 아닐 거예요.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것도 주인공이 권우찬의 손에 죽어버렸어요.
혹시나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옥상에서 떨어졌으니 크게 다쳤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이런 생각을 말한다고 해서 누가 이해할까요.
오히려 미쳤냐는 소리만 들을 게 뻔합니다.
아, 졸음이 밀려듭니다.
이대로 두 눈을 감고서 잠드는 건 어때요.
굳이 참지 않아도 좋아요.
몹시 피곤했잖아요.
.
.
두 눈꺼풀을 내리깔았을 겁니다.
시선과 감정으로 인해 불규칙하던 호흡은
서서히 규칙을 되찾아갔을 거예요.
이만하면 숙면을 하고 있는 겁니다.
손발이 움직이지도 않고.
온 몸을 푹신한 매트리스와 이불 위에 맡겨두고 있지요.
그러한 과정에서 어떠한 것이 보였을 겁니다.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서 몽상을 헤집어 내볼까요
당신은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두 눈을 뜨고 나면 분명 까마득할 테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걸 보지 않을 수 있나요?
구원준, 관찰 판정
구원준: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7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아, 오늘 하루를 온통 너로 채웠는데.
꿈마저도 존재하는군요.
권우찬의 모습이 보입니다.
벚꽃이 떨어지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어깨 위로 새하얀 꽃잎이 떨어지는군요.
때마침 바람이 불자 비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그것이 몹시 어여쁘다는 사실과,
그 속에 있는 사람이 무척 어울렸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거예요.
때마침 권우찬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은 듯 뒤돌아봅니다.
꿈 속의 권우찬:이제 온 거야? 같이 등교하자.
더없이 기쁜 얼굴로 말하는군요.
저 말은 누구에게 전하는 걸까요.
고개를 돌리면 아마 그 사람이 있을 겁니다.
꿈이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면요.
보통 아침마다 저 말은 당신의 차지가 되었고,
권우찬이 언제나 즐거히 말해주었는데.
어째서인지 당신의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구원준, 지능 판정.
구원준: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53
판정결과:실패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56
판정결과:실패
떠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당신이 스스로 고개를 가로저은 것이에요.
굳이 꿈 속에서 골치를 앓을 일이 있나요.
하지만, 이 순간으로 인해 오히려
당신의 처지를 실감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야말로 엑스트라다운 태도를 보이고 있잖아요, 구원준.
아, 낯설고도 낯설지 않은 표정입니다.
대상이 다르지 않았다면 가장 익숙한 얼굴이었을 거예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권우찬이 저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잖아요...
학교의 어느 사람보다 가장 가깝고,
가장 잘 알 수 밖에 없는 사이니까요.
우리는.
.
.
Chapter 2. 내가 모르는 너.
창문 너머로 빛이 스며듭니다.
그러고 보면 하도 피곤해서 교복조차 갈아입지 않았죠.
커튼을 쳐두었을 리가 없습니다.
이른 아침의 봄볕이 그대로 얼굴 위로 쏟아집니다.
아직 한기가 남아있는 계절이긴 하지만
대놓고 손전등으로 쏘는듯한 느낌을 버틸 수 있을 리가요.
해가 중천에 떴다는 의미이기도 할 테니
슬슬 두 눈을 떠보는 건 어때요?
당신은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립니다.
권우찬:혀엉, 좋은 아침.
이상하군요.
꿈에 아직도 잠겨있는 건가.
그러고 보면 어젯밤의 꿈에도 권우찬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자, 다시금 두 눈을 감았다가 떠봅시다, 구원준.
권우찬:아직 잠이 덜 깬 건가?
아무래도 착각이 아닙니다.
권우찬은 당신의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와서 앉아있어요.
권우찬:(눈 앞에서 손 휘적휘적)
구원준:(눈 끔뻑.....) 꿈인가.
아닌데... (볼 꼬집어봄) 아;
권우찬:뭐야,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어? (농)
하... 정말, 형이 날 너무 좋아해서 곤란하다. (실실 웃는중)
구원준:아니... 누가 보고 싶었댔나. (짜증;)
꿈에서도 보고 일어나자마자 또 보니까 구려서 그런다, 왜.
권우찬:(눈 끔뻑) 정말 내가 꿈에 나왔었다고?
정말? 꿈에서 뭐했는데? (얼굴 바짝 들이댐)
구원준: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눈 데굴...) 꿈에서 니가 내가 존나 싫다 그러더라. (구라)
권우찬:헐, 그거 나 아닌 것 같은데? (눈 찌풀)
아니면 혹시 형이 내 마음을 신경쓰고 있었다던가- (간지럽히면서 장난질)
구원준:그래? 얼굴은 딱봐도 너였는데. 이게 흔한 얼굴은 아니잖아? (미간 꾹 눌러줌)
으하학... 아니 (몸 한바퀴 굴려 빠져나오곤) 어제 마지막으로 본 게 너여서 그냥, 나온 거겠지.
권우찬:(큭큭대며 몸 따라가선 간질이다가 놔주곤) 아, 그런거야? 그럼 또 나오게 얼굴 계속 보여줘야 겠네.
이번에는 기왕이면 좋은 내용으로 꿀 수 있게 해줘야지.
구원준: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건가? (숨 몰아쉬며 너무 웃어대 아파오는 배 감싸쥔다.) 뭐... 이번 꿈은 기억이 잘 안 나니까 이번엔 제대로 보여줘봐.
꾸긴 꿨는데... 제대로 본 건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중얼...)
권우찬:글쎄...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고개 기울이다가 주먹 쥐고선 제 가슴팍 툭툭 친다.) 뭐, 안 되면 꿈보다 좋은 현실을 보내게 해주면 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얼른 나가자, 가서 놀기로 했잖아. 형.
구원준:오... 말 되게 카사노바처럼 한다. (이내 웃음 터트린다. 고개 작게 끄덕이고는) 그래도 영 틀린 말은 아니네.
...나 어제 옷도 안 갈아입고 잤는데 이 상태로 나가? (...) 어디 가고 싶은데.
권우찬:... (웃음에 눈이 팔렸는지 잠시 대답이 없다가) 허, 혹시 나한테 홀린거야? 역시 내 매력이란-
아, 그것도 그렇네. 어서 옷 갈아입어. 그리고 갈 곳은 내가 정해뒀으니까 걱정 마. (가만히 앉아있다.)
구원준:뭐래. 자꾸 어이없게 만든다? (웃고 있던 입꼬리 살짝 내려가더니만 눈썹 작게 찡글인다.) ........
.......계속 보고 있게? (가만히 앉아있는 너 빤히...) 에이 모르겠다(;) (옷 훌렁훌렁 벗어버리고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권우찬:뭣, 컥, 쿨럭... (예상 못했는지 얼굴 벌게진 채로 사레 들려서는 기침을 해댄다.) 아니, 무슨 외간 남자 앞에서 그렇게 옷을 벗어?
위험한 사람이네... (시선 한 번도 안 떼고 빠아아안히)
구원준:얼굴이 왜 빨개져? (한 손에는 갈아입을 사복 집어들고 상의 탈의한 채로 네게 가까이 다가가더니만...) 니가 그냥 외간 남자야? 어차피 우리끼린데 뭐 어때. (시선 느끼곤 얌전히... 들고 있던 상의까지 입는다.)
그래서 어디 가고 싶은데.
권우찬:(얼굴 더듬더듬) ...형 같으면 얼굴이 안 빨개지게 생겼어? (슬쩍 몸 훑어보더니 가슴팍에서 시선이 따악 멈춘다. 저도 모르게 슬슬 올라가려다 내려가는 손) ...형은 사람을 좀 의심할 필요가 있어.
(눈 질끈) 영화관, 영화관 가자고 했잖아 어제.
구원준:난 니가 알몸으로 있어도 안 빨개질 것 같은데. (이마에 손 올려봄...) 누가 보면 열 나는 줄 알겠어 인마... (시선이 네 손을 향하더니만 작게 웃음소리 흘린다.) 그래도 그 의심 안에 너는 안 들어가거든.
아 영화관. 요즘 뭐 재밌는 거 하던가? (양말까지 야무지게 주섬주섬 챙겨 신기) 가자 그럼.
권우찬:(멈칫) 뭐라고? 그건 좀 자존심이 상하는데. (눈 얇게 뜨고 흘겨보기) 흥, 화나서 그런 거야. (손에 머리 파바박 비비더니 꾹 기댄다.) 의심 좀 해, 제발. (툴툴대더니 고개 떼곤 팔짱 끼고 선다.)
글쎄, 미리 찾아보진 않았는데. 가면 뭔가 있지 않으려나? (문 쪽으로 발걸음 옮기고선) 자, 나가자.
구원준:뭘 또 자존심까지 상하고 그러실까. 그럼 나도 얼굴 빨개져서 어버버 거렸으면 좋겠어? (눈을 왜 그렇게 뜨실까... 손바닥으로 눈 덮어버리려다 네가 손에 기대는 탓에 실패한다.) 널 왜 의심해? 딱히 그럴만한 구석도 없는데. 그렇게까지 부탁한다면야~ 의심은 좀 노력해보고.
이거... 노잼 영화만 보고 오는 거 아닌가몰라. (그럼 니 얼굴이나 구경해야지) 그래그래 가자.
권우찬:(씨익 입고리 올리더니) 솔직히 말하면? 그야 상상만 해도 재밌을 것 같잖아. (입 삐죽... 당장 손 대려다가 참은 것도 모르고. 괜히 거리만 둘까 싶어 꾸욱 말 삼키고선 손 휘휘 내젓는다.) 됐어,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충분하니까.
그 전에, 옷 먼저 입고. (손가락으로 가슴팍 꾸욱)
구원준:이거... 벌써 상상까지 다 끝낸 얼굴이네.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꿈깨~ (이마 가볍게 딱콩) 어어? 또 입 삐죽 나오지. 그렇게 자주 삐져서 어떡할래. (네 표정 가만히 살피더니만...) 싱겁긴. 그건 이미 하는 중이잖아.
옷은 이미 입었거든? (단추까지 끝까지 채워버리곤) 됐냐?
권우찬:아, 자꾸 나 때릴거야? 이러다가 나 바보되면 형이 책임져야 하는데. 어쩌려고 이러나 몰라. (음... 고민하는가 싶더니 고개 끄덕) 맞는 말이긴 하네, 생각해보면 난 꽤 욕심있는 사람인가.
아, 다 입었어? (아쉽)
자자, 그럼 빨리 나가자. (문 쪽으로 네 등 떠민다.)
구원준:어어~ 바보 되면 책임질게~ (가볍게 대꾸) 그럼 그게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충분한 게 맞아? (헛웃음이라곤 하나, 귀엽다는 듯 잠시 웃더니만... 안 웃은 척 표정 굳힌다.) 큼... 뭐 아무튼. 욕심 아무리 부려도 이정도에서 그치는 거면 귀여운 편이지.
뭘 아쉬워하는 거야........? (황당;) 어어 밀지마 (떠밀려 문밖까지 앞서 나간다.)
권우찬:(눈 살짝 크게 뜨이더니 빙글 웃음짓는다.) 형이 나 책임 져주겠다고 한 거다? (히죽히죽) 충분하지. 욕심이 많아서 더 많이 원할 뿐이지. (방금 분명 웃었지? 손끝으로 네 입고리 살짝 올려본다.) 그치, 귀여운 편이지. 형도 귀여운 편이고.
자자, 어쨌든 가자-
문을 열고 나서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침샘을 자극하는 김치찌개 냄새와
시끌벅적한 가족들의 수다 소리가 들려옵니다.복도에 걸린 액자에는
당신의 부모님, 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걸려있고
진열장에는 어릴 적부터 키워오던 선생님이라는 꿈을 발표하기 위해 그린
어린 시절의 낙서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습니다.
1층에 도착하면 거실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아무리 친구끼리 사이가 좋아도 밥은 먹고 나가라고 하세요.
하긴, 그러고 보면 배가 고픕니다.
저녁 식사부터 쫄쫄 굶었으니까요.
이른 시간부터 온 우찬이는 식사를 했을까요?
권우찬:... (꼬르륵)
구원준:...밥도 안 먹고 왔어?
권우찬:음, 급하게 오느라... (시선회피)
구원준:아니 이게 뭐가 그렇게 급한 일이라고... (빠아아안)
권우찬:큼, 크흠. (헛기침 남발)
우찬이는 민망한지 도망치듯 거실로 걸음을 옮깁니다.
꽤나 자주 왔던 탓인지 제 집인 마냥 자연스럽네요.
당신의 부모님께서도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합니다.
이미 동생들도 모두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구원준:(아주 그냥 지 집이지...) 가요, 가. 넌 왜 먼저 가버리고 그래? (거실로 나가 차려진 밥상 힐끔... 배 꼬르륵)
거실로 가 자리에 앉으면
방금 막 끓인 따끈한 김치찌개가 놓여져 있습니다.
다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모습이
그야말로 정겨운 가족의 식사 자리입니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군요, 구원준.
자리에 섞여 함께 밥을 먹는 권우찬의 낯을 살피면
만족감이 어려 기뻐 보이는 낯입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즐거운 식사를 마치면,
이젠 외출을 할 시간이네요.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며 밖을 나서봅시다.
권우찬:자, 이제 가볼까?
구원준:진짜, 가자 이제. (고개 끄덕이곤 뒤를 힐끔 돌아본다.) 다녀올게요~
봄바람이 한 줄기 둥글게 똬리를 틀듯 불어오네요.
발목을 둥글게 감아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손을 잡아오는 또 다른 손을
인지하지 못했을 거예요.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함께 가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까지 나쁘게 들리지는 않잖아요.
물론 이럴 상황이 아니라는 자각은 있을 겁니다.
피해자를 염려해야만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염려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권우찬에게 무방비해지는지.
당신은 도무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을 거예요.
구원준, 지능 판정.
구원준: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25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권우찬:형, 어서 가자.
그가 웃었습니다.
부드럽게 당신의 손을 끌며 웃었습니다.
저 낯을 쳐다보고 있으면
벼락같은 깨달음이 치밀고 말아요.
네가,
날 해치는 상황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주인공마저 태연히 난간에서 밀어버리는 너인데도.
권우찬에게 당신은 그저 같은 반의 친구에 불과한데도.
◼◼◼ 상승+7
거리를 한참 걷노라면
우찬이가 검지로 한 쪽을 가리킵니다.
언제부터 저런 건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빽빽한 건물들 사이에 영화관이 보입니다.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팝콘을 파는 매대와
영화표를 살 수 있는 키오스크가 있네요.
권우찬:곧 시작하는 영화는...
액션 영화랑, 로맨스. 그리고 SF영화 정도인가?
어떤 게 보고싶어?
구원준:(고민...) 니 취향에 맞춰서 봐도 상관 없는데. 뭘로 볼까. 액션?
권우찬:(고민하는 듯 턱 괴다가 힐끗, 쳐다보더니) ...음.
(로맨스 영화 꾸욱)
구원준:왜 물어본 거야?;
권우찬:내 취향에 맞춰서 본다며, 로맨스 별로야?
구원준:아니, 별로는 아닌데.
너 로맨스 영화가 취향이었던가?
권우찬:...응, 최근에 생겼어. (진?지한 표정)
구원준:....? (그렇게 진지하게 말할 것까지 있나.) 니 취향 새로 하나 알아가네...
권우찬:(찔리는 표정) 으음, 그렇지.
아, 그렇지. 팝콘도 하나 사먹으면서 봐야하지 않겠어?
구원준:(빠아아아안) 뭐 숨기는 거 있는 건 아니지?
...팝콘 취향은 뭔데? 영화 취향도 들은 김에.
권우찬:그럴리가 없잖아. (어깨 으쓱) 아냐, 팝콘은 형이 좋아하는 맛으로 사자.
어떤 거 좋아해?
구원준:그럼 난 캬라멜 팝콘. (냉큼)
니 취향이 궁금했던 거였는데, 그냥.
권우찬:그래? 나도 캬라멜 팝콘 좋아하는데 잘 됐네.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볼 톡)
내가 사올테니까, 저기 앉아있어. 알았지?
구원준:잘됐... (네 손가락 노려봄;) 내가 애야? 니 말에 얌전히 기다리고 있게?
(얌전히 가리킨 곳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는다;)
간소하게 꾸며진 테이블 앞 의자에 앉습니다.
주변에는 인테리어 용인지 작은 책장이 있네요.
그래봤자 많지는 않지만
기다리기에 심심하기도 하니 몇 권 살펴볼까요?
시간을 때우기에는 적격입니다.
책장을 살피다 보면 눈에 띄는 제목이 몇 개 있습니다.
구원준, 자료 조사 판정
구원준:
자료조사
기준치:65/32/13
굴림:45
판정결과:보통 성공
[뫼비우스와 영원의 상관 관계], [사랑에 관하여], [장◼◼ ◼◼의 임◼◼] 이라.
어떤 것부터 읽는 게 좋을까요?
구원준:(첫번째는 영... 읽기 싫게 생겼고. ...아까 로맨스가 취향이랬던가.) ([사랑에 관하여] 집어든다.)
...낭만적이네. 이런 건 낯간지러운데. 왜 이런 게 취향이지? (여러번 반복해서 읽더니 내려놓는다.)
[(뫼비우스와 영원의 상관 관계] 집어들기)
(위상기하... 뭐라고? 이게 뭔소린데.) (죄없는 글자만 노려봄.......)
([장◼◼ ◼◼의 임◼◼] 집어들기) 제목 뭐라 써있는 거 야 이게
(........뭐라는 거야?) (괜히 읽어보려고 하다가 눈깔만 빠질 것 같다. 눈 부비적...)
이상하지 않나요.
유독 이 책만 이상합니다.
페이지를 읽으려고 해도 글짜가 깨져 있어요.
책을 덮었다가 펼치고
눈살을 괜히 찡그려보아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아무리 보아도 데이터 파일이 깨진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이 세상이 게임이라는 걸 알고 있기는 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의 허탈감이 있었을 지도 모르죠.
그때 콜라와 팝콘을 품에 안은 채로 우찬이가 다가옵니다.
권우찬:뭘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어?
구원준:어어? 빨리 왔네. 기다리기 심심해서 책 좀. (책 책장에 다시 꽂아넣는다.)
권우찬:책? 무슨 책을 읽고 있었는데? (시선 따라가선 물끄럼)
구원준:별 책 아니었는데? (괜히 눈 돌리다가 [사랑의 관하여] 건네줘버림) 사랑이 왜 사랑으로 불리게 된 줄 알아?
권우찬:(팝콘 테이블 위에 올리더니 옆자리에 걸터앉고선 책 받아든다.) 그거? 나 왜인지 아는데. (씨익)
구원준:이미 안다고? 뭐야, 나만 모르고 살았나. (괜히 입 삐죽 내밀었다가 도로 집어넣는다.)
권우찬:(큭큭 웃음 짓더니 손가락으로 네 입술 꾸욱 누르곤) 사랑이 왜 사랑으로 불리는데?
구원준:(당했던 것처럼 손가락 낼름 핥아버린다.) 살다 라는 글자가 뭐랑 결합이 되어서... 뭐... 뭐랬더라? (공부머리도 없는 놈이 이런 거라곤 기억할리 없다.) 뭐 아무튼 살아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사랑이래.
권우찬:(흠칫, 눈 크게 뜨더니 손가락 세운 채로 굳었다. 혀... 빨갛다.)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손끝으로 네 코 톡 치더니) 정확히 말하면 그거지, 구원준이랑, 살다. (손가락으로 네 쪽 가리켰다가, 제 얼굴 가리킨다.)(농담 투)
구원준:(굳을 정도로 싫은가...? 알고 있기론 결벽증 같은 건 없었는데.) 시작한 건 너잖아, 어제 생각 안 해? (싫어해보이는 것은 아닌듯해 안심한 표정) 야 그게 어떻게 정확히 말하는 거야? (너 툭 치더니만) 우정도 사랑인가?
그런 거면 사랑인가봐~
권우찬:내가 하는 건 괜찮고, 형이 하는 건 또 다른거지. (억지 논리) 형은 그렇게 생각해? 부럽네, 사랑의 형태에 대해서 잘 아나봐. (테이블에 팔 괴고선 물끄럼... 이렇게 보면서 곱씹어보면, 조금은, 사실은 꽤나 가슴이 쿡쿡 찔려오는 기분이던가.) 난 사실 아직 잘 모르겠는데. 많이 어려워서 무어라 특정해서 말하기가 힘드네.
형이 사랑이 뭔지 알려주면 안돼? 우정이든, 뭐든.
구원준:이게 대체 무슨 억지야. 그래서 내가 한 건 싫다 이거지? 넌 초등학교부터 다시 들어가서 입장 바꿔 생각하기 이런 거 배워서 올 필요가 있다... (시선 마주하곤 같이 가만히 바라본다. 왜이렇게 쳐다보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시선을 피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야, 그래도 내가 너보다 나이 많거든? 이 정도는 좀 알아야지. (사실 모른다.) 연상미가 이런 곳에서 보이는 거라고... (사실 안 보인다.)
...내가? 내가 그런 걸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던가. 선생님을 잘못 고른 것 같은데요 학생.
권우찬:역지사지가 뭔지는 알아, 물론 이론으로는. (어깨 으쓱. 결국 알면서도 생각 안 한다는 뜻.) 그리고 내가 언제 싫다고 했어? 그냥, 각오하라는 뜻이지. 형은 조금 더 뻔뻔함과 오만함을 가질 필요가 있어. (네 말에 푸스스, 몸 늘어뜨리며 고개 숙이고선 웃더니 몸 옆으로 기울여 네 쪽으로 바짝 붙인다. 손등 네 뺨에 툭 가져다 대고선 고개 기울인다.
왜, 형은 사랑받는 사람이잖아. 부모님에게서도, 동생들에게서도... 어쩌면 정확하게 형용할 순 없지만 나도 형을 어떠한 형태로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선생님은 잘 고른 것 같은데?
구원준: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는 생각 안 하고. (꼭 이런 식이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할 수 있어도 못하는 척. 다 알면서도 넘어가주는 자신도 자신이겠지만.) 그런 거 가져서 이득될 게 있으면 가지고. 평판만 나빠질 것 같은데. 나 대신 니가 다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됐지, 뭐. (제 뺨에 닿는 손등의 감촉에 눈 잠시 동그랗게 뜨더니만 손에 기대본다.)
사랑 받아본 적 있는 놈이 사랑을 나눠주는 방법도 잘 안다고는 하는데... 난 그런 거 잘 못하는 편이거든. 같이 배우는 입장이 될 것 같은데. 이런 건 별론가? 누구 하나한테 배우는 거 말고, 서로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권우찬:전혀? (익숙하다는 듯 웃음지으며 어깨 으쓱이는 태가 뻔뻔하기 그지없다.) 평판같은 거 나빠지면 뭐 어때, 그래도 매력있을 텐데. 뭐어... 내가 뻔뻔하고 오만하다는 뜻이야? (한 쪽 눈썹 치켜들고선 쳐다본다. 사실 그렇기야 하지, 속으로 납득하면서도 괜히 장난스레 따져든다.)
(네 뺨이 닿아오는 손이 왠지 후끈 달아오르는 것 같아 심장께가 간질거린다. 어쩐지 들뜨는 탓에 기분이 이상해지는 듯 싶다.) 이런, 아깝네. 형의 첫 번째 제자가 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그래도 같이 알아가는 관계가 더 좋으려나. 살다-를 합친다고 했었지. 살아간다는 건, 배운다는 거니까. 더 사랑에 가까워질 지도 모르겠네. 나름 마음에 들어.
구원준:뻔뻔하긴... (이미 예상한 대답이 돌아왔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이나 지으며 네 볼 약하게 꼬집는다.) 그래, 얼굴이 다다 이거지. ...아무리 나빠져도 너 좋다는 애들은 계속 생길 것 같긴 하다. (네 시선 피하려 눈 데구르르 굴리고는) 아니, 뭐... 사실이잖아? 딱히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아무런 생각도 없이 기댄 뺨이었으나,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지는 기분이다. 느릿하게 얼굴 떼어내곤 괜히 테이블에 올려둔 팝콘이나 두어개 집어먹는다.) 그렇게 얘기하니까, 진짜 사... 사랑한다는 것 같고 그렇게 들리잖아. (너에게 건네줬던 책 빼앗듯 가져가곤 다시 책장에 꽂아넣는다.) 영화시간 아직 안 됐나? 슬슬 시작할 때 됐을 것 같은데. (낯간지러운 말에는 면역이 없다. 괜히 말을 돌리려하는 것이 너무 티가 났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이런 말을 듣고 있는 것이 더 적응이 되질 않는다.)
권우찬:아야, 이러다가 진짜 내 볼이 치즈 되겠어... (네 손목 살짝 그러쥐고선 엄살 부리다 네 말에 휙, 쳐다본다.) 이것 봐,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니까? 내가 아니라, 형이 매력 있다는 뜻이었다고. 그리고, 나한테 좋다는 애들 생겨봤자 뭐해? (얄밉다는 듯 에잇, 고개 휙 돌려 네 손을 살짝 깨문다.)
(네 반응에 민망함이 옮겨붙는 듯 잘만 말하던 입이 어버버거리며 제 구실을 못한다. 급히 손 떼어내곤 내릴 생각 못하고 허공에 어색하게 들어올린 채다.) 아, 아니. 왜 그렇게 말해? 형이 먼저 나한테 사랑인가보다, 해놓고선... (헛기침 하며 눈 이리저리 굴리더니 몸 살짝 일으켜 네 뒤쪽에 있는 책꽂이를 향해 손을 뻗는다.) 그, 그러게. 기다리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길지... 하하, 다른 책이나 더 살펴볼까? (그리 말하면서 네가 꽂아두었던 [장◼◼ ◼◼의 임◼◼ ]라는 다급히 책을 펼쳐든다. 막상 정신 못 차리느라 내용은 보지도 않고 있지만...)
구원준:어어, 이번 기회에 치즈 한 번 만들어보려고. (엄살 받아주지도 않고 쫘아악 늘려버리던 손 잠시 멈칫.) 매력 얘길 꺼내길래, 당연히 니 얘기인 줄 알았는데... 누가 봐도 너랑 나랑 나란히 서있으면 니가 더... (...) 내가 이런 말까지 입밖으로 꺼내야겠냐? 너 좋다는 애 생기면, 생기는 거지. 그래도 받아주진 말아라~ 넌 사랑이냐 우정이냐 고르라고 하면 사랑일 것 같단 말이야. (으악; 깨물린 손 황급히 빼낸다.)
(같이 어버버거리며 어색하게 입만 벙긋거리더니 다시 입 다물어버린다. ...괜히 그런 이야기를 꺼내선. 후회해도 이미 늦어버렸겠지.) 아니... 내가 말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는데. 나는 그냥... 우정도 사랑이라면야 너를 많이 사... 사랑... (이내 다시 입 꾹 다문다. 무슨 말을 해봐도 수습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사랑'을 언급한 거랑은 약간 다르잖아... 몰라 아무튼 너 때문이야. (같이 헛기침이나 하더니만 네가 책장에서 꺼낸 책을 유심히 바라본다. 저 책이 쟤한테는 읽히려나. 그래도, 제대로 된 게임 속 인물이면 뭐가 다른가?) 평소엔 책도 잘 안 읽는 놈이... ......그 책 무슨 내용이야?
권우찬:으악, 그만. 잠깐만! (네 손목 꾸욱 쥐고선 무자비한 손에 탭을 친다.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으, 정말. 성격 나빠. 외적인 것만 보면 안 된다고 하려고 했는데, 성격 나쁜 것도 비슷하네. 글렀어. 이제 형은 나 말고 아무랑도 못 놀걸. (투덜거리며 심술 부려놓고선 흘끗) 그치, 생기면 그냥 생기는 거지. 근데 내가 좋아하게 되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잖아.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날 좋아한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감정을 쏟을 자비로움따윈 하나도 없어. 다른 이유 없이 누군가 날 선택했다는 것 만으로 그 사람의 것이 된다고 하면...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으니 말이야. 난 내가 선택할 거야. 날 알면서 그래? (쩝 입맛 다시더니) 왜 형이 그걸 걱정하는지 모르겠네, 혹시나 내가 아무나 좋다고 따라가서 형이랑 안 놀아줄 줄 알고?
(사랑, 사랑. 머리 속에서 한 단어가 메아리처럼 울려 빠져나갈 생각을 않는다. 사랑이 무엇이길래 입 안에서 굴리는 것 만으로도 혼을 쏙 빼놓는지. 알 수 없는 것이 기분이 들뜨는 것 같으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다.) 나 때문이라니... 이렇게 책임 전가하기 있어? 치사해. 형 탓도 있어. 이런 것도 같이 책임져야지. 그러니까, 사랑... 아, 모르겠다. (줄줄이 뱉어놓고선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 리가 있나. 고개 쳐들고선 잠시 천장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응? 이거 형이 읽고 있던 것 같길래 펼쳐본 건데, 안 읽었어? (고개 기울이더니 네게 책 내밀곤) 형이 한 번 읽어볼래?
구원준:멈추란다고 내가 멈출줄 알고. (말을 끝내기 무섭게 눈물 그렁그렁 맺힌 눈가 뒤늦게 확인하고는 얌전히 팔 내린다.) ...내가 아무한테나 이러는 줄 알아? 너 말고 친구가 아무도 안 생기는 건..... 그건 좀 큰일인데. 너 이제 큰일났다. 내가 시도때도 없이 심심하다고 불러대면 어쩔 거야, 내가 너 말고 아무랑도 못놀면 너도 나 말고 아무랑도 못놀아야지. (뻔뻔해지라며?) 그거야... 맞는 말이긴 하지. 누가 날 좋아하는 거랑,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다르니까. 날 좋아하는 사람 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못고르는 게 난제 중에 하나 아닌가. 아무튼, 넌 니가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관심 없다는 거네. (화색!) 그건 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이걸 나 아니면 누가 걱정해? 혹시 사랑에 눈이 멀어서 우정 같은 건 버리고 홀랑~ 가버릴까봐 그렇지. 나야 우정 쪽에 위치해있으니까 내 자리 걱정하는 건 당연하잖아.
(알 수 없는 감정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저 부끄러움인가, 아니면 그 단계를 앞서버린 또다른 무언가인가.) 여기에 내 탓이 대체 어딨어? 낯간지러운 말 해댄 게 누군데. (이런 분위기로 봐야하는 게 하필 로맨스 영화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 선정을 잘못했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사랑.... ...아 그 얘기 이제 그만해. 자꾸 막... 기분이 이상해지잖아. (제게 책 내미는 것 보고는 고개 절레절레 흔든다. 보여줘도 안 읽힌다고 말해버릴 수도 없고.) 아, 읽으려다가 너 오길래 덮었지. 됐어, 내가 책 읽어봤자 그냥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로다... 하고나 있을 텐데. 니가 읽어주고 내용 요약해주면 안 되나. 수능 인강처럼... 딱 세줄 요약. (아 수능 인강은 그렇게 요약 안 해주던가? 안 들어봐서 모르겠네.)
(눈 데구르 굴리다,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한 부탁이었겠다, 싶었는지 책 건네받는다. 다시 읽는다고 뭐가 달라지려나.)
다시 한 번 페이지를 들여다 보면...
구원준, ◼◼◼ 판정
구원준:
◼◼◼ Roll
기준치:32/16/6
굴림:76
판정결과:실패
◼◼◼ Roll
기준치:32/16/6
굴림:84
판정결과:실패
◼◼◼ Roll
기준치:32/16/6
굴림:1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분명 일그러진 글자였을 텐데,
단단해진 형체는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종이 위에서 자리를 잡습니다.부드러운 표지의 동화책과 같지만 내용은 건조합니다.
이런 걸 읽고서 아이들이 얻을 교훈이 있을까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어쩌면 이것도 주인공이 사라진 세상이라 그런 걸까요?
◼◼◼ 상승+1
권우찬:날 이렇게 울려놓고선 그냥 넘어가려고. 매정하긴. (볼 문질...)(눈 끔뻑이더니 푸핫, 웃음을 터뜨린다.) 형이 이렇게 집착이 심한 사람인 줄은 몰랐네. 혼자는 못 이러겠다 이거야? 근데, 형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난 충분히 그럴 수 있거든. (그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본인이 알까 모르겠으나 유일하게 주인공과 상호작용 하는 공략 캐릭터라는 존재가, 막상 주인공을 죽여버렸으니.) 그렇게까지 기뻐할 일이야? 무슨, 나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우정을 그렇게나 소중히 여길 줄이야. 그럼 형은, 형을 좋아하는 사람이랑 형이 좋아하는 사람 중에 어떤 쪽이 더 좋은데?
누가 낯간지러운 말을 했다고 그래? 난 그냥, 가르쳐달라고 한 것 뿐인데. ...괜히 형 반응 때문에 나도 민망스럽잖아.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제 머리를 긁적인다. 네가 책을 보는 동안에 콜라 들이키며 들뜨는 기분을 진정시킨다.) 어때, 책은 다 읽었어? (다리 달달 떨더니 말 돌리며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구원준:내가 울리려고 울린 게 아니고... (더 무어라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더니, 이내 입 다물어버린다.) ...미안. (아무리 그래도 울릴 정도로 괴롭히는 건 좀 아니었나.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양심이 찔리는 일이다.) 허어... 나도 내가 이렇게 집착이 심한 편인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내가 못하면 너도 못해야지. 나만 당하는 건 좀 억울하잖아. (턱 괸채 잠시 고개 숙인다. 무슨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양 뒷머리 긁적이더니) 나한테 우정 말고 다른 게 생길 것 같진 않단 말이지. 그럼 유일하게 가지고있는 걸 우선 순위로 올려둘 수밖에 없잖아. (...) 그것도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보통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고르지 아니려나.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아오... 한 번 분위기 이상해지니까 되게... 부끄럽네. (손으로 두어번 부채질이나 해댄다. 손목만 아프고 시원해지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 어어. 다 읽었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보이는 책 내용에 자신이 이상했던 것인지, 착각이 든다. 책 다시 책장에 꽂아넣고는.) 시간 다 됐나?
권우찬:뭐야, 이런 반응을 바랐던 건 아닌데. (고개 살짝 기울여 네 앞에 고개 내밀더니 네 손목 끌어와 소매에 눈가를 꾸욱 눌러낸다. 슬쩍 고개 들어올려 쳐다보고선 눈고리 휘어 웃음짓는다.) 이러면 됐지? (네 말 가만히 듣고 있더니 입 꾸욱 다물고선 눈 낮게 내리깐다. 푸슬 웃음 짓더니 느릿이 말 뱉는다.) 형이 좋아하게 될 사람이 부러운 걸, 형에게도 왠지 사랑이 우선일 것 같아서 말이야. (...) 걱정 마, 나에게도 형이 유일하니까.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이 어떤 것이든 간에, 앞으로도 계속. 부디 퇴색되지 않고 영원하기를 바라.
형도 낯간지러운 말 했으면서... 내 탓만 하고. (네 반응을 보니 괜히 또 열이 오르는 기분이다. 동시에 어쩐지 더 보고싶은 기분. 꾸욱 참아내고선 시간을 확인한다. 이젠 일어날 시간이다.) 응, 어서 가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손을 뻗어 네게로 향한다. 잡고 일어나라는 듯이.)
구원준:내가 양심이 찔려서 그렇지. (네 웃음에 잠시 숨을 멈춘 채 고장난 로봇마냥 앉아있다. 소매로 네 얼굴 벅벅 문질러 닦아버리곤 고개 훽 돌려버리곤) 이러면 됐네. 이렇게 어? 잘 울면 어떡해, 나 이렇게 봐도 마음 약한 놈이라니까?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 짓더니만 네 볼 검지손가락으로 쿡 찌른다.) 먼 미래에는 그렇게 될 지도 모르지. 그래도 지금 생길 일도 아닌데, 벌써 그런 걸 생각하고 있어야 하나? 우정도 일종의 사랑이라는데 그럼 동일하게 생각해버리면 되지. 사랑과 사랑을 비교하면서 저울질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항상 내 탓은 없으니까 당연하지. 난 잘못한 게 없거든~ (계속 부끄러운 티를 내고 있는 것이 더 분위기를 서먹하게 만드는 듯 하여 괜히 농담투로 말 꺼낸다.) 너랑 있으면 시간 되게 빨리 간다니까... (제게 뻗은 네 손을 잠시 바라만 본다. 이 손을 잡아야 하나 고민하는 듯.) ....가자.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이내 네 손 조심스레 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권우찬:윽, 아야. (고개 멀리 떼어내고선 제 눈가 손으로 덮더니) 마음이 약하기는, 방금 그게 더 아팠던 거 알아? 혀엉, 이렇게 성격이 나빠서야 정말 나 아니면 어떻게 하려고. (심술 부리듯 볼 부풀려 손가락 밀어낸다. 그러다 네 말에 눈이 살짝 크게 뜨이더니, 힘 없이 웃음 흘리는 모습이 어쩐지 가라앉은 듯 싶다.) 먼 미래... 나와의 먼 미래까지 생각해주고 있었구나. 그래, 벌써 그런 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지... (중얼거리다 빙글 웃더니) 그거 멋진 말인데? 맞아, 모든 것에 순위를 매길 필요는 없잖아. 중요한 건, 상대방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거야.
정말, 형이 얄밉게 느껴진 건 처음이네. (따라 장난스레 콧방귀 뀌어놓고선 민망했던 기색 날린 채 평소처럼 웃어보인다.)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 어쩌면 우리 조금은 통하려나? 그래, 가자. (손 맞잡더니 살짝 끌어당겨 천천히 발걸음 옮긴다.)
둘은 계단을 올라 상영실로 향합니다.
늦지 않게 자리에 앉아야 겠어요.
나란히 자리에 착석을 하면,
때마침 광고를 마치고
영화의 막이 오릅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벚꽃잎이 휘날리는 등굣길로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합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청춘 멜로 영화네요.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세상의 모든 빛을 받은 듯,
눈부시게 반짝이는...
완벽한 두 청춘.
두 사람이 함께 고난을 겪기도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이겨내는 사랑.
그야말로 봄.
봄이었습니다.
작위적이며 진부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아름다운 이야기.
어느새 이야기는 클라이 막스에 다다라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 내가 네 앞에서 좋아하는 티를 냈던가? "
" 아니, 너는 내 앞에서 티낸 적 없어. "
" 오히려 항상 내가 볼 수 없을 때 좋아하는 것 같았지. "
" 그래서 궁금했던 거야. "
" 네가 내 앞에서 좋아하는 것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
가슴 한 켠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눈치채지 못한 사이,
어느샌가 당신의 손등 위로 따스한 손이 겹쳐지네요.
손가락 사이를 비집어 깍지를 낍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면,
행복하다는 듯 당신을 바라보는 우찬이가 보입니다.
구원준:(?) (깍지 껴진 손에 힘을 줘 마주잡는다.) 왜 그렇게 봐 (소근)
권우찬:(흘끗 손 쳐다보더니 입고리 씰룩이곤) 그냥... 왠지 보고 싶어서? (입 벙긋)
구원준:보는 건 밖에서 하시지. 중요한 장면 놓친다? (슬쩍 웃음...)
권우찬:형도 계속 나 보다간 중요한 장면 놓친다? (빠아안히)
구원준:니가 이렇게 보는데 어떻게 영화를 봐. (.....) 얼굴 뚫리겠네.
권우찬:(소리 죽인 채 큭큭 웃더니 네 어깨에 고개 기댄다.) 그럼 안 보고 있을게.
구원준:(네 머리칼만 만지작...) 이러나 저러나 방해하는 건 비슷비슷... (중얼...)
권우찬:(살짝 부비적대다가 고개 살짝 들어올려 쳐다보곤 중얼) 바보야, 바보.
구원준:너 방금 내 욕했지. (눈 가늘게 뜨게 째려보더니... 네 머리 위에 얼굴 기댐) 영화나 봐.
권우찬:(모른 척 시선 회피) 으응, 알았어. (집중 못하고 손가락 꼼질...)
구원준:(...빠안) 왜. 영화 재미 없어? (양 손 다 잡아버림)
권우찬:아, (가만히 잡혀선 손가락 하나 빼더니 손등 간질) ...형 때문이잖아.
구원준:(간지러웠는지 잡고 있던 손에 힘 풀어 빼낸다.) 이게 왜 또 나 때문이야...
권우찬:그냥, 문득 아까 했던 얘기가 생각나서. (팝콘 하나 집더니 네 입에 쏘옥)
구원준:아까 했던 얘기? (했던 얘기가 너무 많다... 무슨얘길 생각한 거지. 팝콘 쏙 받아벅고)
권우찬:응, 사랑...이라는 거. (힐끗 쳐다보더니 먹여달라는 듯 입 벌린다.)
구원준:...아. (아까 전 대화가 생각났는지 눈만 굴린다. 더이상 대답을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도 했는지 팝콘 세네개 집어 한 번에 입에 넣어버리고.)
권우찬:..!! (눈 동그랗게 뜨더니 우물우물... 그 후로는 말이 없다.)
(중간중간에 눈 힐끗이면서 쿡쿡 웃기나 했던가.)
정신 팔린 새 영화가 막을 내리고
둘은 영화관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느덧 오후가 다 지나버렸네요.
벌써 저녁이 다 되었습니다.
아직 날이 차서 그런지
해가 빨리 떨어지네요.
쌀랑한 바람이 살결을 스칩니다.
그것을 아쉽다는 듯 바라보던 권우찬이 당신에게 말합니다.
권우찬:어때, 오늘 하루는 재미있었어?
구원준:아쉬울 정도로. 보기엔 너도 그런가본데? (습관처럼 볼 콕 찔러주고)
권우찬:어떻게 알았지, 눈치가 너무 빠르다니까... (볼 살짝 푸불리기)
집까지 데려다줄게, 어때?
구원준:매일 나만 데려다줘도 되는 건가? (볼 부풀리는 모습 보고는 푸하하, 웃어대더니 손 내민다. 이번엔 네가 잡아.)
나야 거절 안 하지, 가자.
권우찬:더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은 걸 어떡해. (손 흘끗 내려다 보더니 활짝 웃음지으며 네 손 덥썩 맞잡는다.)
좋아, 내일은 뭘 할까? (앞서나가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구원준:얼씨구... 형 감동이야~ (괜히 장난스러운 투로 대답하며 맞잡은 손 조금 더 꽉 잡는다.)
내일도 너 하고 싶은 거? 뭐 더 해보고 싶었던 거 없어? (뒤따라가는 중에도 네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새어나온다.)
권우찬:역시 그렇지? (맞잡은 손, 저물어가는 햇빛에 비친 반짝이는 네 얼굴. 아, 이보단 좋을 수 없으리라.) 정말로, 오늘 하루가 너무나 좋았는 걸. 어쩔 수 없어.
(뒤돌아 마주본 채로 고민하는 듯 낮게 침음하더니) 음, 내일은 형네 집에서 노는 거 어때?
구원준: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자주 볼 걸 그랬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가 특별해지는 이유는 옆에 있는 사람 때문이 아닐까.)
(잡고 있던 손 당겨 가까이 붙더니 슬쩍 미소 짓는다.) 뭘 그렇게 빨리 가고 그래.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며. (우리 집에서? 잠시 고민하고는 고개 끄덕) 그래, 뭐. 차라리 집으로 오는 게 편하긴 하겠네.
권우찬:그래도 괜찮아, 우리 방학동안 함께 놀기로 했으니까... (가까이 붙자 멈칫, 살짝 경직되어선 입가 움찔인다.) 맞는 말이네. 너무 신나서 그만. ...우정이 원래 이렇게 좋은 건가?
(옆에서 나란히 발걸음 맞춰 걸으며) 응, 형 사실 실내에서 있는 거 더 좋아하잖아, 아니야? (큭큭대며 어깨 툭 맞댄다.)
구원준:그 말 다시 들으니까 뭔가 좀 이상한데... (가까이 붙은 김에 얼굴도 가까이 들이밀어본다.) 방학 끝나면 같이 안 놀겠다는 걸로 들린다? ...내 착각인가?
다른 걸 내가 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를 해볼 수가 없네. (나란히 걷던 발걸음 속도가 느리다. 더 같이 있고 싶다는 게 티가 날까, 속도를 재촉해보기도 하지만...) 다 들켰네... 그렇게 티 났나?
권우찬:응? 이상하기는 뭐가... 아. (얼굴 가까워지자 금세 귓가가 붉게 달아오른다. 고개 뺄 생각도 못 하고 멈춰선 입만 어물거린다.) ...그렇게 들렸어? (입 꾸욱) 기분, 탓이겠지.
그런가, 그럼 난 이 감정에 아직 이름 붙이지 않을래. 내가 하고픈 대로 하고 싶으니까. (네 발걸음 속도 따라 걷는다. 어느새 영화관이 보이지 않고, 길가로 들어선다.) 우리가 언제부터 봐온 사이인데 모르겠어. 안 그래?
구원준:아니, 생각해보니까 좀 이상해서. (반응이라도 제대로 보려는 생각으로 가까이 붙어보았건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에 눈만 크게 뜨인다.) ...그, 그치? 어... 기분 탓이겠지.
이미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잖아, 아니야? (잠시... 어제 일어났던 일이 떠오른다. 너무 과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어서 문제긴 하지.) 그래도, 이런 것까지 니 입으로 들으니까 좀 쪽팔려서.
권우찬:그래, 기분 탓이라니까... (얼굴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네 표정에 제 꼴이 절로 상상이 간 탓일까. 낯짝이 후끈해지는 것 같아 민망스럽다.) 갑자기 그렇게 가까이 붙으니까, 윽. 형 때문이야.
쪽팔리기는, 이것보다 더 아는게 많은데... 말하면 형 놀라겠어. (장난스레 웃음지으며 맞잡은 손 흔들거린다. 그렇게 걷다보면 곧 초롱 지붕이 보이던가.) ...있지, 내가 계속 멋대로 굴어도 옆에 있어줄 거야?
구원준:그럼, 뭐.... 다행이고. 괜히 방학 끝나면 나 모르는 척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잖아. (웃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다. 참아보려 해도, 쉽지가 않았다. 두 손으로 네 볼 잡아 시선 마주하곤) 너 그거 진짜 습관이라니까? 뭐만 하면 나 때문이라고 하는 거.
...더 들으면 더 쪽팔릴 것 같으니까 거기까지만 말해. (어느새 보이는 제 집 지붕. 아쉬운 마음에 네 얼굴 힐끔거리며 보던 것도 잠시... 이어들리는 네 말은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뭘 새삼스럽게 그런 걸 물어봐? 당연하지.
권우찬:내가 형을 모르는 척 한다고?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네. (네 웃음에 시선이 입고리를 향한다. 웃는 낯이 어찌나 화사하던지. 이 순간을 멈추어 박제해놓고 싶을 지경이다. 발갛게 달아오른 뺨 꾸욱 눌린 채 고개 살짝 숙이고선 힐끗 바라보는 눈빛이 오직 네 모습을 담는다.) 그야, 정말 형 때문인 걸 어떡해. 형이 아니면 다른 이유가 전혀 없는 걸.
형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푸하핫, 크게 웃음 터뜨리더니 고개 끄덕인다. 헤어지기 아쉽다는 생각에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춰서곤, 발끝을 네게로 돌린다.)
방금 한 말 정말이지? 이제 취소 못 해. (네 말이 끝나자마자 멱살 움켜쥐더니 쭉 끌어당겨 네 입술에 입맞추었다가 떨어진다.)
구원준: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라잖아,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방학까진 사이좋았던 친구 사이가 갑자기 멀어질 수도 있는 거지. (가까이서 바라보는 네 눈동자에, 제 모습이 비추어 보인다. 오직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어쩐지 가슴을 간질거리게 만든다.) ...그래라, 다 나 때문인 걸로 해. 뭐라고 해도 다시 나 때문이라고 할 거잖아.
(뭘 그렇게까지 웃고 그러지? 표정 미세하게 구긴채 시선 네게 고정시키더니만, 집 앞에서 함께 발걸음을 멈춘다.) 취소는 무슨... (순식간이었다. 입술에 말캉한 감촉이 닿았다 사라진 것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눈만 크게 뜨고 있다.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머리에서 떠오르는 말 또한 없었으니 입을 열어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권우찬:(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이 열렸다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시선을 모로 내려 바닥으로 향한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래도... 적어도 내가 형에게 거리를 둘 일은 없을거야.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해도 다시 함께하게 되기를 바라고 싶으니까. (네 모습을 똑바로 응시하는 눈동자에는 여전히 애정이 가득하다. 눈동자에 들어찬 애정이 만일 물이었다면, 진작 물에 잠겼을지도.) 잘 아네, 그야 난 거짓말을 잘 못하는 걸. 형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지.
(한 뼘 틈을 두고서 마주본 채로 가만히 시선을 맞춘다. 맞닿았던 감촉이 여전히 잔상이라도 남은 듯 간질인다. 멱살 쥐었던 손이 스르르 풀리고, 한 발자국 물러서선 제 입술을 괜히 매만져본다.) ...내일 또 보자, 형. 내가 와서 맛있는 요리도 해줄테니까 기다려. 알았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건 아마 노을 탓이다. 방긋 웃음지은 채 네게 살랑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기뻐보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구원준:(다시 두 손으로 네 뺨 잡고는 시선 제게로 향하도록 한다.) 믿을게, 믿을 테니까 그런 표정 짓고 그러지 마. 그냥 혹시나 그럴 지도모른다는 얘기였는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고 그래. 나도 너한테 거리 둘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우리는 떨어질 일이 없겠네 그치? (괜히 달래주려는 듯한 투다. 네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을지도.) 그래서 매일 감내하는 중이잖아. 불쌍하게 여겨서 좀 봐줄 생각 같은 건 없나?
(한 발자국 물러서 거리가 벌어졌음에도 시선은 네 입술을 향한다. 이상한 기분이다. 누군가와 입맞춤을 한다는 상상 속에서도 네가 상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제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느릿하게 내린다. 내일... 어떤 얼굴로 너를 마주봐야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기... 기대되네. (아, 바보같이 말했다. 집에 가면 이불을 몇 번이고 차버릴 것 같은 한 마디. 그럼에도 진심이다. 영화관에서 사랑을 이야기할 때보다 부끄러운 이 기분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선은 착실하게, 또 꾸준하게 너의 입술을 향했다가 다시 시선을 맞춘다.) 기다릴게. 내일 봐.
권우찬:(눈 끔뻑이더니 가라앉던 낯이 금세 환해진다. 네 손 겹쳐쥐고선 고개 끄덕이며 은은하게 미소 짓는다.)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다고 그래. 맞아, 형이랑 떨어질 일은 없겠지. 지금까지도 그래왔으니까, 앞으로도 쭉... 내 곁에 있어줄 걸 알고 있어. (달래주려는 것을 눈치채고선 부러 장난스런 표정 짓고선) 글쎄, 나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걸? 자꾸만 형이 받아주니까 더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대신 형도 내 탓 마음껏 해도 돼. 솔직히 말해서 조금 좋거든.
(순간의 충동으로 인해 벌인 일이었으나, 후회된다는 생각은 커녕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가까워진 거리와 닿아오는 숨결, 말랑한 감촉까지. 심장이 귓방망이를 때리는 소리 외에는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아 소란스럽다. 세상에 마치 둘만 있는 기분에 현실성이 없이 마치 붕 뜬 것만 같다. 제 입술을 향한 시선을 눈치채면, 다시 입맞추고픈 충동이 일지만 내일 당장 또 얼굴을 봐야하니 네 놀란 심정을 배려하기로 한다.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참는 건 할 수 있으니까.) 응, 좋은 밤 되길 바라. (기다리겠다는 말이 이리도 듣기 좋은 말이었던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돌려 네게서 멀어진다. 점점 작아져가는 모습에 힘껏 손을 흔들어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코너를 돌아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까지도 계속.)
구원준:(다시 환해지는 표정에 그제야 안심했다는듯 같이 웃어보인다.) 무슨 표정을 지었긴, 거울이 없어서 못보여준 게 아쉽네. 세상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시무룩~ 한 표정으로 있었잖아. 사람 마음 약해지게... 그래, 앞으로도 쭉 옆에 있을 테니까 걱정 하지 마. (머리 헝클어트리듯 마구 쓰다듬어주고 떨어진다. 망가진 머리로 있는 모습이 조금은 웃겨보여 웃음 간신히 참아내곤) 노력하는 건 못본 것 같은데 이상하네... 이래서 자꾸 받아주면 애들 버릇 나빠지니까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가? (...) 취향은 되게 이상하고.
너도 조심히 들어가고. (고개 끄덕이며 손 흔들어준다. 네가 한 번씩 돌아볼 때에도 계속해서 제 모습이 보이도록. 점점 작아져가는 뒷모습에도, 네 모습이 보이질 않을 때까지 계속해서 손을 흔든다.) ...내일 또 봐. (작게 중얼거린다. 듣는 이는 아무도 없음에도. 하루가 너무나도 짧다. 가만히... 대문 앞에 서서 네가 보이지 않는 거리를 바라만 보더니 이내 집 안으로 들어간다.)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그저 같은 반의 친구와 조용히 지냈을 뿐이에요.
책이 조금은 이상했고,
친구는 제정신으로 저지를 수 없는 짓을 벌였으며,
비록 그 친구와 입맞춤을 해버렸지만.
겉으로만 본다면 이보다 더 평화로운 날이 있을까요.
담장 너머에서 돋아난 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집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
내내 그 새하얀 것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봄.
그야말로 봄이었습니다.
봄의 한복판을 걷고 있습니다.
사방이 적막한 것은
다들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라 그런 걸까요.
아니면 중요한 것이 사라져버린 세상이라 그런 걸까요?
오늘도 저녁 식사는 건너 뛰도록 합니다.
입맛이 없네요.
어쩌면 팝콘을 먹지 않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침대 위로 쓰러지듯 느러누우니
노곤하기만 합니다.
순식간에 잠에 빠져든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거예요.
베개 위로 머리를 파묻고서 눈을 감아봅시다.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방학식입니다.
푹 자버려도 상관은 없을 테니까요......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요.
어쩌면 새벽이 다 지나가 버렸을지도 몰라요.
꿈결을 헤매며 뒤척이고 있을 무렵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습니다.
구원준, 듣기 판정.
구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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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70/35/14
굴림:70
판정결과:보통 성공
소리.
그것을 소리라고 하는 게 좋을까요.
명백한 울음이지 않습니까.
서러움이 뚝뚝 묻어나서
음절 위에 덧발린 것처럼 들립니다.
방향을 따라 걸어볼까요.
어차피 이것은 꿈이지 않습니까.
저 소리가 서글프게 들려오더라도
굳이 공감할 필요는 없어요.
꿈이니까요.
걸음을 옮깁니다.
몸은 침대 위에 누워있을 테지만
정신만큼은 발길을 따라 옮겨갑니다.
저 너머에서 장면이 보이네요.
봄입니다.
등교하는 학생들과 떨어지는 벚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것은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떨어집니다.
팔랑, 팔랑.
끝없이......
구원준, 듣기 판정
구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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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70/35/14
굴림:92
판정결과: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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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70/35/14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저 너머에 누군가 있습니다.
나란히 등교하던 두 사람의 기로를 가로막았어요.
무작정 외치는 걸까요.
먼 곳에서부터 소리가 들립니다.
???: 아◼◼아.
분명 어제는 겨◼◼었고,
우리는 끝까지 ◼◼하겠다고 했잖아.
네가 내게 말◼◼아.
변하지 않을 ◼◼고
네가 고개를 끄◼◼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붙잡힌 채 말을 들어주던 대상도
마저 갈 길을 떠납니다.
모든 학생들이 교실로 향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을 옮깁니다.
인파가 많아 모든 광경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어요.
◼◼◼ 상승+7
아, 이건 분명 이상한 꿈입니다.
어떤 시선도 받지 못하는 우찬이가
등굣길 한복판에서 주저앉는 모습이라니.
문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순이잖아요.
...
분명 이런 걸 보고 싶어서 눈을 감은 게 아니었을 텐데.
.
.
Chapter 3. 꿈은 끝나지 않지만.
간밤에 꾸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로맨스의 시작.
사방으로 분홍색이 날아다닐 것 같은 세상.
벚꽃잎이 떠돌아다니고
올해 봄에 저런 적이 있었나요.
없었을 겁니다.
분명 없었을 거예요.
권우찬은 그때도 등교를 하다가
말을 걸어오고는 했습니다.
좋은 아침.
두 사람은 교실까지 나란히 걸어갔지요.
타박타박,
나란히 걷던 길을 잊을 리 없습니다.
그건, 겨우 며칠 전이었으니까요.
심지어 권우찬은 주인공을 죽여버렸습니다.어째서 일어날 수 없는 일 따위를 꾸었을까요.
괜히 기분만 찝찝해집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지 않나요?
구원준, 듣기 판정.
구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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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70/35/14
굴림:57
판정결과:보통 성공
초인종 소리가 울립니다.
누군가 방문한 걸까요.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걸 보면
부모님은 아무래도 자리를 비우신 것 같습니다.
잠시 외출을 하신 모양이군요.
당신이 나가는 수 밖에 없겠어요.
구원준:(우찬인가? 호다닥 나와서 문 열어본다.)
현관의 문고리를 잡아 돌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어요.
그게 누구인지 파악할 시간보다옷차림에 더 먼저 시선이 갔을 겁니다.
애초에 저런 옷을 입는 건 경찰 외로는 없잖아요.
경찰이 왜 여기에 온 거죠?
경찰: 안녕하십니까,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 조사 차 왔는데,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대화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구원준:아... 네, 당연하죠. 근데 보통 집까지 찾아오시나요?(;)
경찰: 방학인지라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탓에, 피해자와 같은 학교인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는 중입니다.
질문을 몇 개 드리고 싶은데, 아시는 대로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구원준:뭐... 네, 알겠습니다. (문 더 활짝) 들어와서 얘기하시죠? (우찬이랑 마주치면 좆된다.)
경찰: 아뇨, 아주 간단한 질문만 드릴 예정이라서요. (손 설레설레 흔든다.)
혹시, 피해자는 평소 어떤 학생이었는지 아십니까?
구원준:(고개 끄덕, 문 발로 잡아 고정 시킨다.) 아뇨, 모르는데요. 별로 안 친했어서.
경찰: 흠,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사건 당일 현장을 목격하셨나요? 사건 상황 진술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만.
구원준:못봤습니다. 그날 중간에 땡땡이 치고 학교 빠졌거든요. 제가 좀 모범생은 아니라. (피어싱 가득한 귀 톡톡)
경찰: 아... (피어싱으로 시선이 향하고선 어쩐지 시선이 바뀐다. 애매한 표정.)
그럼 마지막으로 형식상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어제는 혹시 뭘 하셨죠?
구원준:(왜저렇게 봐 짜증나게)
어제요? 영화 봤는데. 이런 것도 중요한 건가요?
질문과 대답이 오갈 무렵,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길에서 목소리가 울립니다.
권우찬:형이랑 걔는 아무 사이도 아니예요.
고개를 돌려보면 그것에는 권우찬이 있습니다.
경찰은 똑같은 질문을 던지지만
아무 흐트러짐도 없이 대답하네요.
권우찬:저 역시 걔랑 아무 사이도 아니고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큰 모순이 있지요.
어떻게 하겠어요, 구원준.
당신만이 알고 있는 오류를 발언할까요.
혹은 동조하겠어요.
침묵을 선택해도 결국 동조나 다름없을 겁니다.
이 세상에는 방조죄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잖아요.
구원준:(.......침묵을 유지한다.)
경찰: 그럼... 실례가 많았습니다.
경찰은 더 알아낼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우찬이는 아주 조용히 당신의 손을 잡고 있어요.
권우찬:나 왔어, 형.
들어가도 괜찮지?
구원준:언젠 물어보고 들어왔다고...
들어와.
권우찬:그것도 그렇네.
(방긋 웃더니 네 손을 꼬옥 쥐고선 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래도 작정하고 놀러 왔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또 새로운 걸?
구원준:(꼬옥 쥔 손 마주잡곤) 어제도 와놓고선? 하긴 어제는 좀 무작정 들어오긴 했지.
일어나니까 먼저 보인게 너라서 얼마나 놀랐었는 줄 알아?
권우찬:(어깨 툭 기대더니) 에이, 나 그래도 형네 부모님께 허락 맡고 들어온 거야.
일부러 형 놀라라고 방에서 기다리고 있긴 했지만. (씨익)
구원준:(머리 쓰담쓰담) 그래그래. 그러기야 했겠지. (...) 알면서도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진짜 괘씸하네...
권우찬:하하, 혹시 화났어? (손에 머리 부비적대더니) 형이 화난 걸 풀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려나-
구원준:화났다고 하면 풀어주려고? (손에 부비적거리는 게... 애교 많은 고양이 같다.) 글쎄... 오늘 끝까지 하는 거 보고 풀지 말지 고민해볼게~
권우찬:그래? 그럼 오늘 하루 동안은 형한테 엄청나게 잘 보여야겠네. (손에 가만히 고개 기대고선 눈웃음 짓더니) 그럼 제일 먼저... 내가 잘 하는 걸로 점수를 따야겠다.
혹시 지금 먹고싶은 거 있어? 내가 해줄게.
구원준:오늘 하루만 그러지 말고 계속 그렇게 좀 해봐. 매일 예뻐해줄지 누가 알아? (...잠시 말 없이 반대 손으로 머리 복복 쓰다듬어준다.)
먹고 싶은 건 생각이 안 나는데, 제일 자신 있는 메뉴는 어때. 너도 솜씨 뽐내서 좋고, 나도 맛있는 거 먹어서 좋고.
권우찬:나, 그래도 나름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줄래? (눈 얇게 뜨고선 쳐다보더니 네 손 잡고선 아양이라도 부리듯 흔들거린다.)
제일 어려운 메뉴가 나왔네. 아무거나라... 흐음. 고민이 되는 걸. 난 아무 메뉴나 자신 있는데 말이야. 형이 좋아하는 게 어떤 거려나. (고민하는 듯 끙, 앓는 소리를 낸다. 턱 괴고선 제 뺨을 톡톡)
구원준:노력을... 했나...? (장난이 섞여있긴 했지만 반 이상은 진심이다. 네 시선 스을쩍 피하려 했으나, 제 손 잡고 흔들거리는 네게로 다시 자연스럽게 시선이 향한다.)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네 옆으로 가 어깨 위에 턱을 올린다.) 니가 해주는 거면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적당히 쉽고, 뽐내게도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럼 나 계란말이 해주라. 집에 계란 정도는 항상 있으니까~
권우찬:혀엉, 지금 이 반응 뭐야? 짓궂다니까. (네 코 살짝 꼬집더니 푸스스 웃음 흘리며 이마 톡, 맞댄다.) 아닌 것 같으면, 지금을 충분히 즐기도록 해.
(고개 돌려 쳐다보고선 눈 깜빡이더니) 계란 말이? 그거 좋네. 그럼, 하는 김에 오므라이스도 해줘야겠다. (장난스레 네 머리에 고개 툭 기대고선 웃는다.) 오늘은 계란 파티를 하는 거지. 질리도록 먹게 해줄게.
구원준:농담이지 농담. 재미 없었나? (실없는 웃음소리만 내뱉고는 맞댄 이마에 눈만 도르륵 굴렸다, 한발자국 뒤로 떨어진다.) 어제부터 무슨 스킨십을 이렇게 해. ...이런 건 좋아하는 사람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계란말이에 오므라이스까지... 완전 계란 파티네. (그래도 맛있겠다~ 밝은 목소리로 한 마디 더 덧붙이고는 먼저 부엌으로 들어가버린다.) 뭐해 빨리와, 난 뒤에서 구경 하면서 응원이라도 해줄게. 부엌에서는 별로 도움 안 될테니까.
권우찬:(고개 들고선 살짝 기울이더니 눈 깜빡.) 내가 그랬나? 멋대로 굴어도 안 떠난다길래... 마음가는 대로 굴었을 뿐인데. (한 발자국 다가서더니) 이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것처럼 구는 거야? 응? (순수한 표정)
(푸핫, 작게 웃더니 네 뒤를 따라 부엌에 들어선다.) 응원해주면 무척이나 힘이 나겠는데, 좋아. 내가 요리하고 있을 때 옆에서 말동무라도 해줘. 음, 혹시 앞치마는 어디 있어? (두리번)
구원준: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마음가는 대로 굴겠다는 게... 이... 이런 거였어? (한 발자국 다가오면 다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봤어야 알지. 그럼 너는 어? 내가 똑같이 굴면 안 부끄럽겠어? 막... (물러났던 만큼 가까이 다가가 입술에 짧게 입 추고 떨어진다.) ...이래도 괜찮냐고.
아, 앞치마. 우리 엄마는 잘 안 써서 밖에 있을 텐데... 기다려봐. (부엌 바깥에 걸려있는 앞치마 가지고 다시 들어온다.) 재료도 뭐 필요한지만 알려주면 어딨는지 알려줄게. 오늘의 요리사 말 잘 듣고 밥 얻어먹어야지~
권우찬:그럼, 무슨 뜻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사랑-에 대해서 같이 배워보자며. 우정이든, 뭐든 말이야. 난 그런 뜻으로 알아들었는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 으쓱이다 순간 입술 닿아오자 눈 동그래진다.) 그, 바. 무슨. (상황을 파악 못했는지 입 어물거리며 더듬더듬 말 내뱉다 순간 얼굴이 화아악 달아오른다.) 지금 나한테 입 맞춘거야? (손 허우적거리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선 제 입가 가린다. 멈추지 못하고 이리저리 떨리는 동공.)
(가만히 부엌에서 기다리며 조리도구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으음, 후라이팬이랑 기름. 아, 냉장고 한 번 살펴봐도 될까? (앞치마 받아들고선 능숙하게 리본 묶더니 차려입는다.) 어때, 이제 요리를 한 번 시작해 볼까?
구원준:내가 아는 우정이 이런 거였나, 잠깐 헷갈려져서. 그... 아무리 우정도 하나의 사랑이라고는 해도. 보통 친구 사이에도 이런 걸 하나...? (네 모습 잠시 살피더니 같이 당황한 투로 허둥댄다.) 아니, 그... 어제 너도 그랬잖아. 나도 그냥 똑같이 한 건데. 입 맞췄다고 또 언급하지마! 기분 이상해진다고. (붉게 달아오른 너를 보고 있자니, 자신의 볼도 저리 붉으면 어쩌나... 제 볼 만지작거려본다.) 그러니까... 이런 건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했잖아.
냉장고? 상관 없어. 저번에 장보고 온지 얼마 안된 것 같던데, 재료는 웬만한 거 다 있을걸? 계란말이랑, 오므라이스 하기엔 부족할 게 없을 것 같은데... 난 모르겠다. 전문가가 직접 보는 게 낫겠지. (부엌에서 장애물 없이 다닐 수 있게 잠시 식탁 의자에 앉아서 너 빠안히 바라본다. 앞치마까지 차려입고 서있자니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쁘네. ...아니 이게 아닌가.
권우찬: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런 감정은 또 처음이라. ...그냥 보통 친구는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당황한 네 모습을 보니 조금은 흥분감이 차분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오히려 더 들떴던가. 네 행동 하나하나가 뇌내에 박히며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럼 형도 이런 기분이었어? 그러니까, ... (또 입맞추고 싶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네 입술을 향한다. 떼어내야겠다 생각을 하면서도 눈이 고정되어선 떨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입에 담기에는 혹여 같은 마음이 아닐까 두려운 그런 상상이 동시에 불현듯 스친다. 무언갈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 어색하다고 느껴질 자신인데도, 입이 떨어지질 않아 가만히 시선을 마주할 뿐이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냉장고 문을 열어 안을 살펴본다. 한 눈에 재료를 이것저것 꺼내더니 어느샌가 요리할 준비를 금세 다 꺼낸 듯 하다. 네 시선을 느꼈는지 칼 꺼내들고선 손끝으로 날을 훑더니 으스대며 어깨 으쓱인다,) 잘 봐워, 내가 커서 유명한 셰프가 되면 돈 주고도 못 볼걸? 근데, 방금 뭐라고 했어?
구원준:보통 친구가 아니라는 건..... 나도 알겠어. 이런 것까지 하는 친구는, 들어본 적도 없단 말이야. (제 입술 만지작거리던 손을 천천히 내린다. 침착하게 다시 생각을 해보려 해봐도, 앞에 네가 있는 이상 침착해진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이런 기분이라는 게 뭔데...? 부끄럽고... 그런 거라면 느끼긴 했는데. (네 시선의 끝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를 눈치챈 순간 다시 몸이 뻣뻣하게 굳을 것만 같았다. 제 입술을 가려버려야 할지, 네 눈을 가려버려야 할지... 심각하지도 않은 일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서 잘 모르겠다고 했지. 그럼... 한 번 더 해보면 좀 알 수 있지 않으려나.
(식탁에 몸을 기대어 키득거리며 웃는다. 제 앞에서 으스대는 모습이 평소다워서, 긴장이 풀리는 것만 같다. 집에 경찰이 다녀간 것이라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머리에서 지워내버릴 수 있을만한... 일상. 이런 나날만이 반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못들어서 다행이다... (작게 중얼거린다. 네가 들었으면 창피해서 고개도 들지 못했을지도 모르니까.) 아냐 아무것도. 유명한 셰프로 이름 널리 알린다고 해도, 내 앞에선 또 해줘야지. 이름 값한다고 나 버리고 그러면 안 된다?
권우찬:...부끄러웠다면서, 다시 해도 괜찮은 거야? (그리 말하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네 뺨을 감싸쥔다. 이런 제안을 먼저 해주는 걸 보면, 적어도 싫어하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내심 안심하게 되는 자신이 낯설다. 네 뺨을 부드럽게 감싸쥐고선, 다른 손으로 네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으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 입술을 포갠다. 닿아오는 숨결의 온기와 작게 느껴지는 떨림. 누구의 것인지 모를 거센 심장 박동 소리까지. 모든 것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느꼈다는 것을, 스스로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저 이 순간이 멈췄으면 싶어서 한참동안이나 숨을 참은 채 입술을 떼지 않고 있다가, 숨이 모자르다 느낄 때쯤이야 겨우 떼어낸다. 한 뼘도 안 되는 거리에 낯을 두고선 눈 살짝 뜬 채 네 표정을 살핀다.) ...이번엔 어땠어?
혼자서만 중얼거리면 내가 못 듣는다고. 형 입에 마이크를 달아두고 싶네. (툴툴대면서도 마저 요리를 이어간다. 네게로 등 돌린 채로 불에 후라이팬을 달궈 계란 말이를 만들면서도,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간질간질한 기분. 슬쩍 뒤돌아 바라본 네 얼굴에 홀린 탓에 계란을 태워먹을 뻔 했다는 건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어떠한 가능성의 미래를 상상하게 되어서...) 이런, 당연한 소리를 하네. 형, 내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은 아니다? 대신에, 나중에 내 요리 먹을 때마다 소원 하나씩 들어주기 어때. 아주 사소한 걸로 말이야.
구원준:부끄럽긴 해도 이게 뭔지는 나도 궁금했으니까. ......싫지 않기도 했고. 부끄럽다 해서 싫었던 건 아니잖아. (제 뺨 감싸는 네 손의 온기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일정한 속도로 뛰고 있던 심장소리가 제 귀에도 들리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쩌면 그저 기분 탓만은 아닌 듯했다. 입술이 포개지는 감촉이 느껴지면 숨이 파르르 떨린다. 떨리는 숨소리마저 네게 닿을까, 숨마저도 참게 된다. 입술만이 닿아있는 게 전부일 뿐인데도 호흡 하는 법을 까먹은 것마냥 그저 그렇게 눈을 꾹 감은 채로 있다. 슬쩍 눈을 떠 네 얼굴을 바라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지금 네 얼굴을 보았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듯한 예감이 들었다.) 아직 모르겠는데, 넌 어때...?
별 말도 아니었거든? 툴툴거리지 마. (툴툴거리면서도 요리에는 집중하는 모습이 꽤나 웃기다. 괜히 웃음소리를 내었다가는 또 네가 왜 웃느냐며 짜증이라도 낼 것 같아 아랫입술을 꾹 깨문채 웃음을 참는다.) 매정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 잘 알지~ 그래도 혹시 모르는 그 작은 가능성까지도 차단 시켜버리려고 이러잖아. (소원? 애도 아니고... 그 때까지도 이 약속을 기억할 수 있을까.) 그래. 내가 들어줄 수 있는 범위 안에만 있다면야. 사소한 거라면 지금부터도 들어줄 수 있는데.
권우찬:나도 싫지 않았어, ...솔직히 말하면 좋았는데. (가까이에서 눈을 감은 네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꾸욱 감긴 눈에서 떨리는 속눈썹이라던가, 뽀얗고 깔끔한 피부. 제 코끝에 닿아 간질이는 새카만 머리카락이나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이마까지. 손을 옮겨 네 목덜미를 감싸쥐고선 엄지로 볼을 문지르니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느껴진다. 한참이나 아무런 말 없이 바라만 보다 저도 모르게 쪽, 짧게 입맞추고선 작게 속삭이듯 입을 연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귀가 먹먹해질 것 같아. 분명 방금 했는데도... 계속 입맞추고 싶은데. 나만 그런 거야?
흥, 형을 위해서 요리해주고 있는 사람을 위해 응원해준다고 했으면서. 잔소리 할 거야? (맛있는 냄새가 부엌을 가득 채우고, 어느샌가 두 접시 위에는 오므라이스가 완성되어 차려져 있다.) 뭐야, 그런 거였어? 그럼 말로만 구두계약을 맺지 말고, 계약서라도 쓰는 건 어때? 마침 잘 됐네, 형이 방금 소원 들어주겠다고 한 것도 적어둬야겠다. (장난스레 대꾸하며 접시를 네 앞에 가져다 놓는다. 방금 막 만들어진 오므라이스가 노릇노릇하다.) 자, 완성이야. 어때, 맛있어 보이지? 내가 위에 그림도 그려뒀으니까 한 번 봐. (자랑스럽게 손을 뻗어 보여준 네 몫의 오므라이스 위에는... 햄스터가 그려져 있다. 제 것에는 아직 케찹을 뿌리지 않았는지 말끔하다.)
구원준:(좋다. 라는 그 단순한 한 마디가 가슴을 간질거리게 만든다. 볼을 문지르는 감촉에 눈을 느릿하게 떠보니 숨결까지도 느껴질만큼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네 얼굴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버린다. 누군가를 보며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커녕, 사람과 함께 있는 것조차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으니. 내가 이상해져버린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했다. 짧게 한 번 더 입술이 맞닿은 뒤에도, 다시 닿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까지도...) ...나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이러다가 진짜로 터져버리면 어떡하지. 너 때문이잖아. 니가 먼저 시작해서. (입 앙 다물고 있더니 다시 얼굴 가까이 들이밀어 쪽, 입 맞춰준다.) 그래서... 이제 좀 무슨 감정인지 알 것 같아?
속으로는 응원하고 있었는데 이게... 전달이 안 됐나보네~ 텔레파시 실패했나? (장난스러운 말투로 대꾸하더니 어느새 부엌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에 킁킁, 소리를 낸다.) 천재 요리사네 아주~ 벌써 다 했어? (계약서 이야기에 입꼬리 올리더니) 마~음대로 하세요. 내가 설마 한 입으로 두 말할까봐? 내가 아무리 그래도 구라는 안 치거든. (제 앞에 놓여진 오므라이스를 보고 잠시 감탄한다.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난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근데 그려진 그림이... 햄스터?) 뭘 그려놓은 거야, 설마 햄스터? 으하하... 보통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걸 그려놓지 않나? (네 몫의 오므라이스는 아직 말끔한 것을 살펴보더니만 케챱 가지고 와서 열심히 토끼 그림을 그려준다.) 자~ 완성.
권우찬:나 때문에? 나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네 입술로 향하던 시선이 찬찬히 올라가며 네 눈을 바라본다. 서로 상냥하게 입을 맞추고, 바라보고 있으면 애틋해지며 더 닿고싶어서 심장이 터질듯이 뛰는 것. 이런 행동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는 도저히 모를 수가 없다. 그저 어린 치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네가 내가 너무나도 특별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럼 터져도 동시에 터질 테니까, 그건 나쁘지 않네. 그리고 오늘은 형이 먼저 시작했거든? (장난스레 웃다 네 입맞춤에 표정이 차분해진다. 진정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나 들떠서 제 스스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 네 질문에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깨달아 버렸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이 감정의 형태를 한 단어로 정의하는 순간 납작한 의미가 되어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없을 테니까. 분명, 더욱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이 있을 터였다.) 미안, 아직 뭔지 잘 모르겠네. 그 대신에... (네 허리에 팔을 감더니 턱을 살짝 그러쥐더니 입을 벌리게 한다. 천천히, 네가 밀어낼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며 고개를 틀어 순을 겹쳐 입을 맞췄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건데, 형은 햄스터를 닮았거든. 보들보들하고, 새하얀 햄스터. 내가 특별히 하트까지 그려줬어. (손 모양으로 네모를 만들어 네 모습을 담더니만, 밑으로 내려선 이어 오므라이스 위에 그려진 햄스터를 가리킨다.)(토끼그림 빠아안히 보다가 웃음 터뜨리곤) 뭐야, 이 엄청나게 귀여운 토끼는? 아, 먹기 아까운데... 형, 맛있어지는 주문 외워주면 안돼? (카메라로 찍더니 고개 들어 눈 반짝) 이건 속으로 하지 말고, 텔레파시 보내다가 딴 사람한테 가면 나 억울해? (큭큭대며 웃더니) 나중에 요리해주면 소원 들어주겠다는 약속, 그럼 계약서는 안 쓸 테니까 꼭 지켜야 해. 시간이 지나도 나랑 했던 것들 잊어버리지 말고. 알았지?
구원준:이게 너 때문인지, 이 상황 때문인지... (다른 이와 입을 맞춘다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사춘기 소년답지 못한 행동이라 여겨질 수 있는 일이나, 고지식하게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닿는 행위는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나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구원준은 낭만이 무엇인지 깨닫지도 못한 사람치고는 답답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그렇기에 지금 심장이 쿵쿵 뛰고 있는 이 설레이는 기분이 너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인지, 누군가와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너도 그래? 나만...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되게 기분이 이상하네. (손을 슬며시 들어올려 네 가슴 부근에 올려보려다 이내 내린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어떤 뜻으로 받아들여질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천천히 내린 손은 주먹을 꾹 쥔채 다시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그 대신에...? (무슨 감정인지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지금까지 봐온 너라면... .........그런가, 정말로 모를 수도 있겠다.) (다른 생각을 더 이어나갈 틈도 없이 다시금 입을 맞춰오는 네 행동에도 차마 널 밀어내지 못한다. 그래, 사실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알고 있었다. 누군가와 입을 맞추고 있는 상황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언젠가 이 말을 입밖으로 꺼낼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언젠가... 너를 볼 때면 기분이 좋아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네가 한 잘못은 모두 눈 감아버려주고 싶을 만큼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 몇 마디를 네게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언젠가.)
.......뭔 소리야 이게? (황당...)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거든 그거. 햄스터는 이미지가 좀 작고... 소중한 뭔가 그런 게 있지 않나? (검지손가락으로 제가 그린 토끼 그림을 가리킨다.) 넌 토끼 닮았어. 그냥 하는 짓도, 생긴......... 아니다. 생긴 건 안 닮았어. (눈썹 찌푸리며 못들을 말이라도 들은 사람마냥 입술 작게 벌린다.) 맛있어지는 주문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런 게 취향인 건 알겠는데, 난 전혀 취향 아니거든. (이걸 왜 찍어가는 거야.) 딴 사람한테 가면 뭐... 네 몫의 응원 따로 다시 해주면 될 거 아니야. 뭐 그런 걸로 억울해하고 그러냐? (숟가락 들고 햄스터 그림 피해서 한 입 떠먹는다.) 절대 안 잊어버려. 진짜 못믿겠으면 진짜 계약서까지 써버리던지.
권우찬:(내려가는 네 손을 잡아다 제 가슴팍에 가져다 댄다. 말로 못한 것이 전해질까 싶어서. 분명 후일 후회하겠지만, 어쩌면 나중에 가서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 탓에 그만두고 싶지 않았기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까 떠올리지 않았다. 지금 제 머릿속이 이상해진 것 뿐이지, 애초에 걱정 탓에 무언가를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지금은, 뭐 때문인지 생각하지 말자.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잖아. (혀 내어 네 입술 핥아내고선 쪽, 아랫 입술을 빨아내서 입에 물고선 죽 당겼다 놓아준다. 입 안으로 혓덩이 밀어넣어 안을 탐하는 것과 동시에 끌어안은 팔로 네 몸을 더욱 죄인다.)
오, 내가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해줬네. 실제로는 아니지만, 뭔가 한 손에 쏙 들어올 것 같다고 해야하나. (감탄하다가 한 쪽 눈썹 들썩) 뭐야, 그럼 뭐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토끼를 닮았다고 생각하다니. 그럼 토끼가 초당 5대씩 때릴 수 있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눈 깜빡이다가 시무룩) 아, 내가 형 맛있게 먹으라고 요리도 열심히 해줬는데... 주문, 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추우우우우욱) 왜냐면 고생한 건 난데, 뺏기기까지 하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안 그래? (어깨 으쓱이더니 입고리 말아올리곤) 나랑 했던 것들... 안 잊기로 약속한 걸로 알고 있을게.
구원준:(가슴팍에 올린 손바닥 너머로 심장 박동이 느껴진다. 일정한 속도로 뛰고 있는 심장 소리가 곧 너 또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전달해주고 있는 듯 했다.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어도, 이것만으로 지금은 만족할 수 있을 듯 했다. 앞으로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을 테니까.) 다른 때였으면 어떻게든 대답 듣고 싶어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반박할 수가 없네. (입 안을 침범하는 말캉한 것을 받아들이고 있자면, 무언가가 더 욕심이 난다는 기분을 난생 처음으로 느끼게 되는 듯하다. 무엇이 탐이 나는가, 너에 대한 것들을 더 욕심내기 전에 여기서 멈추어야만 한다. 그러한 생각까지 닿게 되면 고개 슬쩍 돌려 입술 떼어낸다.)
(널 위아래로 훑는다.) 들으면 들을 수록 어이가 없어지는데 그냥... 그거 햄스터한테 실례야 인마. (뒷말에 킥킥대며 웃어댄다. 초당 다섯대를 때리겠다며 팔을 슈슉 움직이는 너를 상상해버렸다. 차마 제가 방금 무슨 상상을 하였는지 입밖으로 꺼내진 못하겠지만.) 아... 난 맞는 건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 초당 다섯대는 딴 놈한테나 선사해주라. (...) (................) 진심으로 해달라고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냥 농담이잖아, 그치. (땀 뻘뻘뻘) 그럼 억울한 만큼 두 배로 더 해주면 될 거 아니야. 별로 억울하지도 않을 거면서 억울한 척은... (네 숟가락 뺏어 네 몫의 오므라이스를 한 입에 들어갈 만큼 퍼올려 들이민다.) 알겠으니까, 빨리 밥이나 먹어. 절대 안 잊어버릴 거니까 걱정 좀 그만하고.
권우찬:(순간적으로 밀려드는 흥분감에 몰입해서는 네 고개 따라가려다 멈칫, 행동을 그만두고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너무 급하게 다가갔나, 불안함에 동공이 떨리다가도 한 편으로는 차라리 이대로 멈춰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 했다가는 아마 못 멈췄을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네 어깨 위로 고개를 떨궈 이마를 기대고선 숨을 고르기 시작한다. 허리를 끌어안던 팔을 풀어 툭 떨구고선 끙, 앓는 소리나 내는 중이다.) 아... 정말.
햄스터한테 실례라니, 형은 나를 토끼로 비유해놓고선. 그렇게 따지면 토끼한테도 엄청나게 실례인 거 알아? (콧방귀를 뀌며 어깨 으쓱이고선 따라 웃음짓더니 주먹 쥐고선 툭툭 때리는 시늉 한다.) 에이, 내가 설마 형을 때릴까봐. 절대 안 그러지. (양 손으로 제 얼굴 감싸선 턱을 괴더니 몸을 앞으로 기울여 장난스레 씨익 입고리 올린다.) 으음, 농담 반, 진담 반? 정말로 안 해줄 거야? (큭큭대며 웃더니) 척이라니, 정말 억울한 거 맞거든? 이런 섭섭한 소리를 하다니. (기다렸다는 듯 입 크게 벌려 오므라이스 받아먹더니) 먹을 걸로 입을 다물게 하다니, 이런 건 어디서 배워온 거야? 알았으니까, 형도 어서 먹어. (따라 오므라이스 숟가락에 퍼올리더니 네 입 앞에 가져다 댄다.)
구원준:(이내 다시 고개를 돌린다. 숨이 찼던 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다. 떨리는 숨을 잠시 고르고 있자면, 혹시나 거부라 오해하는 것은 아닐지 작은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싫었던 건 아니야. (짧은 한 마디. 더 길게 무언가를 이야기 할 용기도, 재능도 제겐 없다.) ... (네 머리를 느릿하게 쓸어내린다. 말보단 행동이라는 말이 있던가. 전하지 못한 마음이 혹여나 더 전해질까 네 머리카락만을 느린 손길로, 그렇게 쓰다듬다 손을 내린다.)
나는 생긴 걸론 딱히 비유하진 않았는데, 하는 짓이 닮았잖아. 당근 들고 우쭈쭈~ 부르면 와볼래? (놀리는 듯한 투다. 식탁에 당근이라도 놓여있었다면 정말 당근을 달랑달랑 들며 놀려댔을 게 뻔하다.) 나도 그냥 맞고만 있어줄 생각은 없거든. 평화를 사랑해보자, 우리. (앞으로 몸 기울인만큼, 몸 뒤로 뺀다. 이미 다 삼켜버린 내용물이 아직도 입에 남아있는 척, 오물오물 씹어대는 시늉을 하더니) 너 먼저 하면 고민이라도 좀 해보고. 나 혼자 하는 건 좀 외롭잖아. (진짜 받아먹네.) 원래 애들은 먹을 때만 조용해지거든. 너도 좀 입에 뭐라도 넣어주면 조용해질까 싶어서. (작게 웃더니만 네가 퍼준 오므라이스 낼름 받아먹는다.)
권우찬:(가만히 고개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자하면 떨리는 숨소리가 옅게 들려온다. 그러다 네 말에 살짝 고개 들어올리고선 눈 깜빡이다가 픽 웃음짓는다. 혹여나 괜한 걱정을 했나, 손 살짝 움직여 네 손끝에 손가락을 걸고선 천천히 흔든다.) 그럼 됐어. 그냥, 어디 가지만 말고 여기 있어. (머리 쓰다듬는 손길이 따스하다. 그저 쓰다듬어주는 대로만 가만히 받고 있다 손이 내려가면, 아쉬움에 고개를 틀어 가만히 올려다본다.) 더 해주면 안돼?
혀엉, 그러다가 나한테 손가락 물릴지도 몰라? 중세 토끼 그림 본 적 없어? (눈 얇게 뜨고선 쳐다보며 부러 이 드러내고선 씨익 웃음짓는다. 주먹 쥐고 있던 손 펴더니 볼 살짝 꼬집) 이렇게 쉽게 당해놓고는. 그래도 햄스터 주먹은 벽도 부수니까, 여기서 항복! (손 가볍게 들어올렸다 내리곤 빤... 오물거리면서 먹는다.) 뭐어? 난 케찹 짠지 좀 오래돼서 효과가 없을텐데. 그리고 귀여운 사람이 해야 효과가 있단 말이야. (우물거리더니 꿀꺽 삼켜내곤 흥, 헛웃음을 짓는다.) 내가 어린 애인 줄 알고? 동생들이랑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지. 나한테는 더 특별한 방법이 필요할 걸? 더 배워오도록 해.
구원준:내가 갈 곳이 어디있다고 그래. 만약에 내가 어딜 가버릴 것 같으면, 니가 붙잡으면 되잖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가 잡으면 잡혀줄 텐데. (네가 만일 정말 살인자라 하더라도. 차마 네 곁에서 도망가지 못할텐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제 머릿속에선 아직 네가 살인자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다는 것이 아닐까. 잠깐 사이에 복잡해진 머릿속이 네 한마디에 말끔해진다. 종이 위로 물방울을 한 방울 떨어트리듯, 서서히 미소가 얼굴 위로 스며들어간다.) 애교가 늘었네. (네 바람대로, 머리칼을 다시 쓰다듬어준다. 자신을 바라보는 네 시선을 마주하며 손바닥으로 네 머리를 지긋이 누르듯 매만지다가, 떼어낸다.)
아우 살려주라~ 무슨 토끼 한 마디 했다고 어느 시대까지 내려가려고 그래. (농조) 얼씨구, 형 볼을 막 꼬집지. 이렇게 까불 때 주먹맛이라도 한 번 보여줬어야 했는데, 항복도 되게 빠르네. (빤히 바라보는 시선 느끼곤 눈썹 까딱거린다.) 그렇게 봐서 얼굴 뚫리겠어? 레이저까지 나오게 더 뚫어져라 봐봐. (오므라이스 몇 입 더 떠먹더니만 네 말에 혀라도 씹었는지 인상 팍 찡글인다.) 아씨.... 니가 헛소리나 하니까 그렇잖아. (마저 우물거리더니 꿀꺽) 혀 씹었네... (혀 메롱 내보인다.) 존나 빨개졌겠네. 보여? (키득키득) 그러게, 동생들이랑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 살 더 먹었다고 완전 애 취급은 싫어하네. 뭐 더 어떻게 특별한 방법으로 해줘야 하나...
어느덧 발치를 보니 그림자가 짙게 물들어있습니다.
발등 위로 까만 그림자가 늘어지는 걸 보고서 창문을 보면요.
어두컴컴한 밤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오늘따라 유독 귀가가 늦어지시고
단둘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지나갔어요.
마치 화살 끝에 매달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이런 시간에 우찬이를 혼자 내보내기도 마음에 걸리지 않습니까.
그걸 잘 알고 있기라도 할까요.
우찬이가 애교스럽게 말해옵니다.
권우찬:자고 가도 돼?
불건전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아는지
한 박자 늦게 말을 덧붙입니다.
권우찬:형 방에 있는 소파에서 자도 괜찮으니까...
이때 구원준, 지능 판정
구원준: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86
판정결과:실패
무언가 의문이 떠오르는 것도 같았지만...
착각인 것 같습니다.
권우찬:형, 괜찮은 거지?
구원준:소파에서 자다가 허리 끊어질 일 있나... 자고 가.
권우찬:그래도, 어두운 길을 혼자 가긴 무서운 걸 어떡해. (핑계대기)
얌전히 있을게. (입고리 히죽)
구원준:니 덩치를 봐라 누가 잡아가겠나...
...(눈썹까딱) 얌전히 있어야지. 쫓겨나기 싫으면...
권우찬:알았으니까, 얼른 자러 가자.
(말 돌리면서 등 꾸우욱 밀기)
구원준:어어? 벌써 자러가? (미는대로 밀림...)
언제나 홀로 잠을 청하던 방이었는데
오늘은 한 사람이 아닌 둘이 되었습니다.
우찬이는 천연덕스럽게 소파 위를 차지하고서는 말했어요.
권우찬:형, 좋은 꿈 꿔.
멋대로 남의 집을 차지하고,
뻔뻔스럽게 굴고.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했는데.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걸 보면
어쩌면 지금이 꿈인 건 아닐까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만
발바닥 밑으로 바닥을 딛고 서 있는 감각을 되새겨보면 그것도 아닙니다.
자, 이제 잠을 청하도록 합시다.
피로가 밀려들지 않나요.
온종일 우찬이에게 휘둘렸기도 하고.
기운도 많이 빠졌을 텐데.
금방이라도 베개 위로 뒷머리를 대고 싶을 거예요.
오늘도 수고했습니다, 구원준.
침대 위에서 몇 번이고 몸을 뒤척였나요.
같은 방 안에서 들리는 숨소리에 잠을 설치기라도 했나요.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잠에 빠지고 말았을 겁니다.
눈꺼풀을 닫음으로써 새까만 배경을 보았을 거고,
꺼멓기만 한 시야 틈에서 서서히 빛이 돌아왔을 거예요.
두 눈을 뜬 게 아닙니다.
이게 바로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잖아요.
듣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풍경이 들이닥칩니다.
이곳은 옥상입니다.
햇빛은 유독 따듯하고
하늘은 푸르디 푸르고
운동장에서는 축구를 하는 남학생들의 외침이 들리는 시간이었어요.
그 속에서 한 사람은 크게 언성을 내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을 향해서 분노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을 향해서요.
구원준, 관찰 판정.
구원준: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28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소리를 치는 건 권우찬입니다.
노성을 지르거나 이성을 잃어버리는 모습이라니
이런 걸 상상해본 적도 없을 텐데.
지난밤의 꿈에 이어서 보이는 것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두 손으로 옷깃을 틀어쥐고서 외치고 있어요.
꿈 속의 권우찬:이제 와서 다시 날 찾겠다고. 네가 날 좋아한다고.
그따위 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내게 이러지는 말았어야지!
분노.
선연한 분노
하지만, 슬퍼 보입니다
몹시 슬퍼 보입니다
구원준, 어쩌면 당신은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마치 온몸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아마 그 판단은 무척 정확했을 거예요.
◼◼◼ 상승+12
주인공은 멱살을 붙잡힌 채 그저 바라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무언가를 응시하는 것처럼.
노골적인 태도를 읽어낸 건 당신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권우찬은 멱살을 틀어쥔 손을 내던지듯 풀어버립니다.
벽면에 등이 부딪힌 주인공의 시선이 여유가 없을 거예요.
뒤로 물러나는 걸음을 옮깁니다.
한 발짝, 두 발짝
그리고 세 발짝.
난간 위로 올라선 몸
이윽고 바람이 불어옵니다.
뒤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 끝이 일렁입니다.
여름치고 긴 바람이 불어오고 있어요.
완벽한 날씨입니다.
다만, 권우찬은 모든 것이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발음하네요.
꿈 속의 권우찬:기억해, 네가 몇 번이고 말해도 나는 이럴 거야.
아, 불길한 예감이 치밀어 오릅니다.
그 몸뚱어리가 뒤로 기울어지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균형이 무너지며 스스로 쥐었던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이요.
당신의 몸은 어디로 향했습니까.
구원준:(다른 생각이 들 새도 없이 몸부터 움직인다. 권우찬에게로.)
난간 가장자리로 달려갑니다.
밑으로 손을 힘껏 뻗어봅니다.
노력해보지만 닿지 않습니다.
알고 있잖아요, 구원준.
이건 꿈입니다.
모든 괴로움은 의미가 없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나는 왜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겁니까.
어째서 세상에 선택받은 네가 이러고 있는 걸까요.
완벽한 사랑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스스로 저물어가려고 하는 건가요.
만일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두 팔을 들었다 한들 닿지 않았을 테니만,
가라앉듯이 치켜들지도 않은 팔이,
허공을 바라보는 눈이...
...
구원준,
정말 낯설게만 느껴지나요?
구원준, 지능 판정.
구원준:
지능
기준치:50/25/10
굴림:80
판정결과:실패
기억하나요.
혹은 이제야 떠올렸나요.
당신의 기억 저편에서 존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권우찬이 저런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잖아요.
꿈이 아닌 현실에서.
바로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입학 첫 날을 말하는 겁니다.
등굣길에서 처음 만났던 그 아름다운 얼굴은,
다름 아닌 당신을 보고서 저 표정을 지었어요.
저만큼이나, 그보다 더 선연한 절망으로 물들었어요...
사람이 떨어졌어!
누가 119에 전화 좀 해!
옥상 밑에서는 비명이 울립니다.
축구를 하던 학생들의 목소리도 잦아듭니다.
◼◼◼ 상승+4
그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옥상 아래에서 들려오는 것도
당신의 숨소리도
권우찬의 외침도.
어떤 이의 호흡도 이와 닮지는 않았을 거예요.
주인공은 몸을 일으킵니다.
옷에 묻어있는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서는 중얼거려요.
자주 가는 카페가 오늘은 열지 않았다던가,
사려고 했던 책이 이미 팔렸다던가.
그런 아쉬움을 말하는 듯한 가벼운 어조로.
주인공: 히든 엔딩의 루트가 막혀서 저러나?
먼저 더 공략할 걸 그랬네.
이건 분명 악몽일 것입니다.
아주 터무니없이 끔찍한 악몽이요...
금방이라도 깨어나고 싶었을 겁니다.
손가락의 관절에서부터 힘이 들어가고
온몸이 경직되듯이 숨을 참아봅니다.
어떻게든 이 몽상을 회피하고 싶었을 거예요.
이것은 본능입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고
죽음을 죽음이라 여기지 않는 태도.
꿈이라고 해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잖아요.
권우찬의 죽음을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그 이름을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무기물로 표현할 수 없지요.
우찬이가 당신의 곁에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어주었습니다.
눈꺼풀 위를 덮어내자 따듯한 체온이 느껴집니다.
살아있기에 느껴지는 온도가.
권우찬: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던데...
형, 옆에 있을테니까 안심하고 조금 더 자.
이제는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거야.
다정하게도 속삭여옵니다.
이제는 정말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그럴 것만 같아요.
Chapter 4. 봄 소나기가 내리는 밤이야.
다시금 눈을 떴을 때는 사방이 어두컴컴합니다.
낮이라면 형광등을 켜지 않았다고 해서
이만큼 어둡지는 않을 텐데.
새카만 창밖에서는 비가 내립니다.
토독, 토도독.
가느다란 가닥이 되어 빗물이 끝없이 떨어지고 있어요.
나무 끝마다 화사한 꽃이 흐드러졌을 텐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면
그게 다 떨어졌을지도 모르겠군요.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이 열립니다.
우찬이는 컵을 내주었어요.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따듯하고 향기로운 찻물입니다.
권우찬:푹 자는 것 같아서 일부러 안 깨웠어.
형네 부모님께서는 출장 가셨대.
그렇다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주었던 걸까요.
다정한 행동입니다.
지난 새벽이 문득 상기될 만큼...
권우찬은 말했습니다.
권우찬:이제 닙으로 돌아갈 건데.
형, 나 좀 바래다줄래?
구원준:그래, 매일 우리 집까진 니가 바래다줬었으니까.
권우찬:상냥하네, 이거 왠지 설렌다.
나 우산 없으니까... 씌워줘, 같이 쓰자.
구원준:설레는 것도 많다... 그럼 이거 평소엔 내가 설렜어야 했던 건가.
(집에 널린 게 우산인데.) .....다 젖을 것 같은데. 마음대로 해.
권우찬:평소에는 안 설렜어? 분발해야 하나. (중얼)
에이, 그렇게 거센 비도 아닌데 뭐 어때. (어깨 으쓱)
구원준:...아. 진짜 설렜어야 했던 거구나. (....)
둘이서 쓰기엔 우산들이 다 작으니까 그렇지.
권우찬:흥, 얄미운 말만 하고. (냅다 볼 꼬집)
됐으니까, 얼른 가자.
구원준:아아;; 야 놔라. 놔. (같이 볼 꼬집어버림)
(현관에서 우산 하나 챙기고) 어어, 비 더 오기 전에 가자.
가끔 웅덩이가 있을 때면 보폭을 크게 하고
찰박이는 소리가 울립니다.
좁은 골목을 자동차가 지나갈 때면 한쪽으로 몸을 붙이고.
그렇게 한참이나 걷다 보면 무언가 살짝 걸리적거리지 않나요.
고개를 들어보면
우산에 손가락의 지문만큼 자그마한 것이 잔뜩 붙어있습니다.
우산살 사이로 그림자가 얼룩덜룩하게 보여요.
권우찬은 미간을 찡그리더니
우산을 살살 흔들어 죄다 털어버립니다.
젖은 벚꽃이 웅덩이로 떨어졌어요.
하얀 얼룩은 보기 좋습니다.
그야말로 봄이잖아요.
그러나 우찬이는 마치 곰팡이라도 본 듯 미간을 찌푸립니다.
권우찬:하... 진짜. 걸리적거리게.
구원준:낭만을 모르네. 벚꽃 별로야?
권우찬:난 낭만같은 거 잘 모르겠던데. 벚꽃도 싫고, 봄도 싫어.
형은 벚꽃이 좋아?
구원준:낭만을 모르는 놈이 그렇게 멜로 눈깔로 보고 그랬나. (중얼)
좋지도 싫지도 않은데. 그래도 굳이 따지면 좋은 쪽에 더 가깝나.
권우찬:내가 언제 그런 눈으로 쳐다봤다고. 막 달달하고 그랬어? (어깨 툭)
...좋은 기억이라도 있나봐? 낭만있는 그런 거.
구원준:참나 눈에서 꿀이라도 떨어질 것 같던데? (어깨 만지작)
굳이 좋은 기억이 있어야 좋아할 수 있는 건가. 그냥, 봄이라서 핀 것 뿐인데 사람들은 환장하잖아. 그게 보기 좋아서.
권우찬:아무래도 형이 나한테 설렜나보다, 그치. (농조)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구경하는 게? 희안하네. 난 그런 사람들을 보면 우습던데. (...) 형이 좋은 사람이라서 그런가.
구원준:뭐래. 내가 언제 설레기까지 했다고. (곰곰...) ......그랬나?
싸우고 화내고 하는 사람 구경하는 것보단 웃고 떠드는 거 구경하는 게 좋지 않나? (어깨 툭) 너도 인마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살지 마. 다음엔 벚꽃 구경이라도 갈까?
권우찬:...정말로? (빠아안)
물론 그것보다야 좋지만, 꽤 꼴사납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짜증난다고 해야하나. (눈 끔뻑이다가 슬 미소짓곤) 그럼 벚꽃이 조금이나마 좋아질 지도 모르겠네.
구원준:...설렜으면 뭐 어쩌려고. 비밀이야 비밀. (시선 피함)
뭐 그런 걸로 짜증까지 나. 다 기력 낭비지. (머리 마구 쓰다듬어준다.) 그치? 그러면 좀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겠냐. 그니까 너무 싫어하지만 말라고.
권우찬:나한테 비밀도 만든단 말이야? 괘씸하다. (뚫어져라 쳐다봄)
(고개 살짝 숙이고 부비적) 그렇게 말한다면야, 형만 믿어야겠다. 미리 기대하고 있을게.
구원준:사람 사이에 비밀이 좀 있을 수도 있지. 넌 나한테 숨기는 거 하나도 없어? (같이 쳐다봄)
매년 피는 건데 너무 싫어하기만 하면 더 짜증나잖아. (쓰담쓰담) 나만 믿어. 기대 만땅 하고 (으쓱!)
권우찬:그렇게 말하면, 음... (시선 회피) 비밀이 좀 있을 수도 있겠네.
(고개 살짝 들어서 물끄럼) 본인이 그렇게 말 한거다? (히죽)
아무도 없는 거리를 한참이나 걷다 보면
어느 길목에 멈추어 섭니다.
권우찬:이제 여기부터는 혼자 갈게.
거의 다 왔으니까.
혼자 가겠다니
우산도 지금 하나만 들고 왔지 않나요.
비에 젖을 것을 염려하던 찰나 우찬이는 장난스럽게 웃었습니다.
겉옷의 주머니에 손을 푹 밀어 넣더니
접이식 우산을 꺼내 드네요.
외투의 주머니가 크기는 했지만
애초에 갖고 있었다니.
이만하면 뻔뻔함을 넘어선 경지가 아닙니까.
우찬이는 태연스레 샛노란 우산을 펼치며 말합니다.
권우찬:비는 곳 그칠 것 같은데...
내일은 놀이공원 가자.
나랑 가줄 거지?
구원준:우산이 있었어...? (어이 없음...)
같이 가주세요~ 하면 같이 가고. (흥...)
권우찬:잊고 있었는데, 방금 찾아보니까 있네. (휘파람 불면서 핑계대기)
뭐야, 치사하게 이럴 거야? 내 애교가 보고싶어? (빤...)
구원준:구라인 거 다 티나거든. 어쩐지 집에 우산이 하나인 것도 아니었는데...
보고 싶은데? (같이 빠아안) 안 해줄 거야?
권우찬:그런데도 같이 쓰고 와줬으면서.
... (천천히 다가서더니 네 뺨에 쪽, 짧게 입맞추고 떨어진다.) 같이 가주세요, 혀엉.
구원준:그런데도 같이 쓰고 싶었으니까.
(제 뺨 더듬거리더니) 이... 이런 애교를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데. 같이 가자........... (귀가 빨갛다.)
권우찬:(눈 살짝 크게 뜨이더니) 어, 그. ... (손으로 입가 가리곤)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거 아니야?
이런 것도 괜찮나보네. 같이 가기로 한 거야? (키득대더니 활짝 웃음짓곤) 내일 형네 집으로 갈게.
권우찬:그럼 내일 봐, 형.
우찬이는 손을 흔들었습니다.
자, 돌아갑시다.
늦은 시간이지만 도로 밀려드는 피로를 받아들여야지요.
향하는 길은 분명 순식간이었습니다.
나란히 보폭을 맞추는 게 아니라 홀로 걷는 걸음이었으니
갈 때보다 올 때가 훨씬 빨랐죠.
비에 젖어있는 옷이 거추장스럽지 않나요.
몸을 정돈한 후에 도로 침대로 향합시다.
분명 내일도 떠들썩하게 보내게 될 거예요.
정신없을 테고.
잠들지 않는다면 분명 피로할 겁니다.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두 눈을 감게 되었을 거예요...
아, 하지만 무심결에 이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꿈은 잔인하지 않다면 좋을 텐데.
오늘의 꿈이 네게 비정하지 않다면 참 좋을 텐데.
이번에 보이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 옥상만 아니라면 좋겠습니다.
바람이 이루어지기라도 했는지
고개를 들어봅니다.
눈앞에 보이는 건 도서실이네요.
분명 침대 위에 누워있었지만
꿈속에서는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걸까요.
주위를 한 번 가볍게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구원준, 관찰 판정.
구원준:
관찰력
기준치:70/35/14
굴림:58
판정결과:보통 성공
도서실 안은 낯익은 곳입니다.
보통 어느 학교나 도서관은 다 똑같다고 할 수 있지만
사소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오후 네 시를 가리키는 벽 시계라던가
책상에 남아있는 흠집이라거나
신규 도서 목록을 박아두는 압정의 색깔이라거나
사서 선생님이 본인 자리에 덮어둔 레이스 천 같은 거요.
이곳은 분명히 당신이 재학하는 학교의 도서실입니다.
그리고 저 끝에,
앉아있는 사람이 있네요.
다름 아닌 바로 당신입니다, 구원준.
나무 토막처럼 바른 자세로 앉은 채
정면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생기 없이 멍한 시선만 두고 있는 얼굴.
저것이 바로 내 얼굴이라니요.
거울을 보고서 따라해보려고 해도 될 것 같지 않습니다.
단 한 번도 얼굴 근육을 사용한 적이 없는 듯한 무표정.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얼굴에 당혹스러울 지경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한 사람이 앉아있어요.
권우찬입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채 꿈속의 당신을 바라보고 있네요.
꿈 속의 권우찬:이 시간에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그냥 이러고 있었구나.
권우찬은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독백합니다.
건조한 낯은 입술만을 달싹였습니다.
꿈 속의 권우찬: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꿈만은, 정말이었으면 좋겠다.
곧 자리에 그대로 엎드립니다.
고개를 돌린 채로 원준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요.
두 사람의 앞에는 단 한 권의 책도 없습니다.
도서실 안에 들어섰는데도 말이에요.
사서 선생님이 본다면 역정을 내실 테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것은 꿈입니다.
다른 방해는 들어올 수 없는 꿈이요.
한 사람이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고,
한 사람이 조용히 응시하기만 한다면.
당신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잖아요...
정말 이상한 꿈이지 않나요.
하지만, 훨씬 낫다는 생각도 들었을 겁니다.
권우찬이 당신을 바라보는 건 평상시의 행동이잖아요.
적어도 끔찍하지는 않습니다.
어때요,
이렇게 시선을 받는 걸 제삼자의 위치에서 보는 기분이.
안쓰러움을 느껴도,
우월감을 느껴도,
행복을 느껴도,
또 다른 감정을 느껴도.
모든 것은 당신의 죄가 아닙니다.
이것은 꿈입니다.
어떠한 속내를 품고 있다고 해도
매우 정당한 당신만의 몽상.
이 모든 일이 정말 일어났던 것처럼 느껴진다면
어처구니 없는 망상이겠지만.
그래도, 왠지 익숙한 것도 같아요.
참 이상하지요...
◼◼◼ 상승+21
겹쳐지지 않는 시선 속에서
서서히 빗소리가 멎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어지는 꿈에서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나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
Chapter 5. 특별한 너와 함께 하는 원더랜드.
어쩌다 보니 이곳에 있는 거죠.
손목에 놀이공원 티켓마저 두른 채로
이곳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봅시다.
길고도 오랜 꿈을 꾸었어요.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빠듯해지는 꿈이요.
어쩌면 조금 더 자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지만 않았다면.
문을 열자마자 이끄는 손이 있었습니다.
잠에서 막 깨어났는데도 말이에요.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뒤따라 걷게 되었어요.
사람들 사이를 걷다가, 뛰다가, 줄을 서다가.
그런 걸 반복하다 보니 정신이 들었는데...
권우찬:이제 잠이 깬 거야?
태연하게도 이리 말합니다.
아침부터 이렇게 끌고 올 마음이 한가득하였던가요.
구원준:아직 졸려죽겠거든. (네 어깨에 이마 기대곤)
권우찬:얼른 잠 깨봐, 기껏 놀이공원에 와서 잘 건 아니지? (키득대더니 옆구리 콕콕)
구원준:무작정 끌고 온 게 누군데? (기지개 쭈우욱) 그래서 여기까지 왔는데. 해보고 싶었던 거 있어?
권우찬:당연하지, 말로 다 못할 만큼 많아.
(곰곰...) 음, 우선 머리띠부터 맞추고 갈까? 어때. (씨익)
구원준:오늘도 침대 눕자마자 자게 생겼네...
참나... 니가 애야? 토끼 머리띠 같은 거 씌워버린다?
권우찬:각오해, 어디서 멀쩡하게 돌아가려고.
애라니, 낭.만.이지. (어깨 으쓱)
흥, 형한테는 미키마우스 머리띠 씌울 거거든?
구원준:벌써 무섭네. 덜덜 떨면 좀 봐주려나...
언젠 낭만 같은 건 잘 모르겠다며??
토끼보단 미키마우스가 낫지. 머리띠 맞추면 집 갈 때까지 벗지 말기.
권우찬:정말 통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빤)
어제 형한테 좀 배웠거든, 낭만.
오호, 먼저 말해놓고 벗으면 역적인 거 알지? (손 덥썩 붙잡더니 가게로 향한다.)
구원준:혹시 모르잖아. 넓은 마음으로 좀 봐줄지. (같이 빠안) 설마 모르는 척 하겠어.
잠깐 얘기했던 거 가지고? 말이나 못하면...
(가게로 들어가 리본까지 달려있는 토끼 머리띠 든다.) 이런 거 어때. 아님 심플하게 좀 가줘?
권우찬:(눈 데굴데굴) 으음, 내가 속은 좀 좁아도 학습력은 빨라.
아하, 각오했다 이거지? (씨익 입고리 올리더니 깜찍한 분홍색 리본이 커다랗게 달려있는 쥐 머리띠를 들어올린다.)
원래 이런건 커플로 맞추는 거야. (^^)
구원준:그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치.
(리본 달린 머리띠 가만히 쳐다만 본다. 괜한 말을 꺼낸 기분) 너, 너. 리본 달린 머리띠 하고 다니고 싶어?? 무슨 말을 못하게 하냐. (제 손에 들린 머리띠 만지작거리더니 일단 씌워준다. 블링블링 리본 달린 토끼 머리띠...)
권우찬:아, 갑자기 뼈 때리고 이럴래? 난 지금 더 좋은 곳에 쓰고 있다고. (흘겨봄)
나? 형이 이 머리띠를 써준다면야... 난 감당할 수 있어. (처연아련가련한 표정짓기)
자, 그럼 이거 쓰고 가는거다? (바로 결제하더니 네 머리 위에 씌워주곤 방긋)
구원준:더 좋은 곳이 어딘데. 나? (빠안히 바라봄)
이건 진짜 배우를 했어야 했는데... 천만배우가 될 수 있는 재능을 왜 나한테 쓰고 있을까. (네 볼 꾸우욱 누르더니)
이미 결제까지 해버렸는데 어떻게 싫다고 해. (씌워줬던 머리띠도 결제하곤 네 손 잡는다.) 그래서 다음은 어딘데?
권우찬:(입술 쭈욱 내밀고 웅얼) 배우니 뭐니 하는 것 보다 형이 제일 좋으니까 그렇지-
당연히 놀이기구를 타야지.
놀이공원에 왔으면 제대로 즐겨야 하지 않겠어?
우찬이가 웃으며 맞잡은 손을 살짝 당깁니다.
봄볕이 일렁이며 그의 머리카락 위로 새하얀 빛이 내립니다.
권우찬:형, 어서 가자!
당신이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는듯한 태도입니다.
언제나처럼 아름답고, 뻔뻔하며
당신을 바라봅니다.
놀이공원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저마다 봄이라는 계절을 즐기고 있어요.
우리도 그 중의 일부가 되어볼 수 있겠네요.
이를테면 저편에는 [회전목마]가 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롤러코스터]가 있고,
근처에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사격장]이 있네요.
[관람차]도 좋겠습니다.
권우찬:형, 어디부터 가볼까?
구원준:놀이공원 왔으면 롤러코스터부터 타야지. 줄 더 길어질라.
권우찬:오, 무서운 거 잘 타나봐?
구원준:왜. 쫄려? 너 무서우면 다른 데로 가고.
권우찬:뭐야, 지금 나 도발하는 거야? (팔꿈치로 가볍게 툭)
나만큼 겁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형이 걱정되니까 그렇지~ (놀리는 투)
구원준:진심 어린 걱정이지, 형 마음도 몰라준다 이제~ (키득키득)
짜아식이 누굴 놀리나. (어깨 으쓱) 안전장치 다 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
권우찬:아하, 어디 끝나고 어떻게 되나 볼까? (씨익...)
누군가는 이곳을 놀이공원의 꽃이라고 말합니다.
그게 누구인지는 몰라도
대단히 편견 없는 사람이라는 건 분명해요.
한 바퀴를 돌고 떨어질 때마다 비명이 울려 퍼지는 꽃이라니.
어쨌든 무척 재미있다는 건 확실합니다.
담력만 갖추고 있다면요.
봄방학인데도 마침 줄도 길지 않으니
이 기회에 한 번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오래 지나지 않아 죄석에 올라타게 됩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몸을 고정하는 장치에 목을 끼웠다면 슬슬 출발할 겁니다.
어디 한 번 즐겨볼까요.
방금 막 내려서 짐을 챙기던 직전의 승객이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면 착각입니다...
권우찬:어때, 떨려?
구원준:(덜덜덜....) 아니? 안 떨리는데?
권우찬:(얼굴 가까이 들이밀더니... 씨익) 진짜로?
구원준:(얼굴 뒤로 빼고는...) 내가 구라친다 이거야?
권우찬:아니, 방금이라면 내리자고 할 수 있었으니까.
(손 덥썩 깍지 끼더니) 이제 늦었네?
구원준:아. (깍지 낀 손 잠시 내려다 보더니 꽉 잡는다.)
....누가 내린대? 남자는 직진.
권우찬:오, 멋진데? 형, 이런 듬직한 남자였구나? (히죽)
그 사이에 출발 신호가 울리고
기구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빠르게 레일을 내달리던 열차는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돌고.
꼭대기까지 올라가더니 팍 떨어집니다.
권우찬:(손 번쩍 들더니) 으아아아아ㅏ악!!!!!!!
사방에서 살려달라는 곡소리가 먹먹하게 울립니다.
3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까지 길게 느껴질 수 있나요.
자, 좌석에서 일어나며 한 번 체크를 해봅시다.
구원준, 그리고 권우찬.
둘 다 괜찮은가요?
건강 판정.
구원준:
건강
기준치:70/35/14
굴림:86
판정결과:실패
권우찬:
건강
기준치:70/35/14
굴림:52
판정결과:보통 성공
속이 울렁거립니다.
아무래도 멀미가 일어난 것 같은데요.
어지러움이 남아있지만 일어나서 출어나서 출구로 향합시다.
다음 탑승객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권우찬:형, 완전 재밌었지! (멀쩡)
구원준:(입 틀어막음) ..............응.
...되게 멀쩡하네.
권우찬:나야 이런 거 자주 타니까-
또 탈래? (눈 반짝)
구원준:아니... 줄도 좀 긴 것 같고 똑같은 거 두 번 타는 것도 좀... (주절주절)
권우찬:그래? (얼굴 들이댐) 지금 보니 어쩐지 안색이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멀미하는 거 아니지?
구원준:(얼굴 빤히 보더니 볼에 짧게 입맞춰준다.) 그만 탈까? 응? 온 김에 다 구경하고 가야지.
...멀미는 무슨. 그 정도는 아니야.
권우찬:아. (눈 동그랗게 뜨더니 빤) 아주, 이제는 막 자연스럽게...
...믿는다. (볼 발개져서 흘겨보더니 먼저 앞서간다.) 그럼 다음엔 어디 갈까?
구원준:누구씨가 어제 이렇게 애교 부리시더라고.
(후다닥 보폭 맞추어 걷는다.) 뭐가 있더라... 사격장 갈까? 가서 내기라도 하자.
권우찬:누가 그랬대, 쑥스럽게. (모른척)
내기? 대체 뭘 걸으려고 이래?
구원준:(빠아아안) 그러게... 누굴까. 어디서 그렇게 애교 부리는 법 배워왔는지 듣고 싶어지던데...
소원권이라도 걸까?
권우찬:너무 좋았나봐? 그런 것도 듣고 싶고. 형도 한 번 해보려고? (힐끗 쳐다보면서 히죽)
소원권 좋지, 심플하네.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니까 뭐~
구원준:...그 뜻이 아니잖아...? 애교 부려서 떨어질 게 있으면 한 번 해주고.
자신만만하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
권우찬:애교 부려서 떨어질 거? 음...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줄 게 내 마음밖에 없는데. (농)
어디서 나오긴, 자기확신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지. 당연히 내가 이기는 거 아니야? (우쭐)
구원준:(잠시 눈 동그랗게 뜨더니만) 그럼 그거라도 받지 뭐. (네 손 잡고 손등에 쪽쪽 입맞춘다.) 줬다 뺏기 그런 거 없는 거지?
두고 봐, 누가 이기나... 소원권 줄 준비 하고 있어라?
권우찬:윽, 진짜로... 이러다가 아주 다 가져가버리는 거 아니야? 이런 건 치사하잖아. (귓가 새빨개져서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콧잔등에 쪽)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어서 이겨줘야지. (비장)
구원준:치사하긴 뭐가? 줄 게 마음밖에 없다며, 그럼 다 줄 각오는 했어야지. (새빨개진 네 귀 만지작거리더니 웃음소리 흘린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졌다고 잉잉 울지나 마셔~ (손 잡고 사격장 안으로 들어간다.)
나란히 사격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코르크 탄을 끼운 총으로 과녁을 맞히는 게임이네요.
다섯 개의 과녁이 있고
그 중에서 네 번 이상을 명중한다면 인형을 받나 봅니다.
그 외의 점수는 열쇠고리를 주나 봐요.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이런 날이 아니라면 쉽게 누릴 수 없는 여흥이잖아요.
상술이라는 건 알고 있을 테지만,
즐거움에 한 번 휩쓸려 봅시다.
권우찬:더 높은 점수를 받는 사람이 이기는 거, 맞지?
구원준:뭐, 그렇지? 동점이면 서로 소원권까지 하나씩 받는 걸로.
권우찬:오, 관대한데? 어쨌든 손해는 아니네.
그럼 누가 먼저 쏠래?
구원준:서로 받으면 이상한 소원 무효는 시킬 수 있을 테니까.
너 먼저 할래?
권우찬:거기까지 계산한 거야? 서로 취소하는 엔딩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끙)
그럼 나 먼저 쏠게.
하... 다 맞춰버리면 어떡하지. (중얼)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39
판정결과:보통 성공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77
판정결과:실패
아.
권우찬:(산산조각 난 꿈)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52
판정결과:보통 성공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94
판정결과:실패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95
판정결과:실패
구원준:(자신 있다며)
권우찬:...... ...
쓰읍...
롤러코스터를 타서 손이 떨렸나보네. 하하.
구원준:언젠 자주 타서 괜찮다며?
아~ 소원권으로 뭐 쓸지 생각해둬야겠다~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86
판정결과:실패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69
판정결과:실패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10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64
판정결과:실패
권우찬:풉.
구원준:
사격(권총)
기준치:60/30/12
굴림:81
판정결과:실패
(실화냐?)
권우찬:푸하하하!!!! (대놓고 비웃기)
구원준:웃어.........?
권우찬:아~ 소원권 뭐 쓸지 생각해야지.
구원준:하나만 더 맞췄으면 동점이었는데...
권우찬:형, 이건 어쩌면 운명이었던 거야. (어깨에 팔 얹기)
봐, 내가 이긴다고 했잖아.
구원준:하나 맞춘 놈이나 두 개 맞춘 놈이나
거기서 거기거든? (팔 쳐내기)
권우찬:아야, 아파. (실실 웃기)
하나 차이로 이기다니... 정말로 진 줄 알았는데.
(햄스터와 토끼 키링을 받아와서는 건낸다.) 자, 상품이래.
구원준:동점 아니면 내가 이기겠구나 생각했는데...
(토끼 키링만 건네받는다.) 나머지 하나는 너 가져. 하나씩 나눠가지자.
권우찬:(햄스터 키링 들어보이곤 물끄럼...) 형처럼 리본이 달렸네.
(시선 옮겨 네 쪽 보곤) 귀엽다...
구원준:(토끼 키링 만지작...) 닮았네.
전생에 토끼였던 거 아니야?
권우찬:뭐야, 정말 날 토끼로 아는 건 아니지?
(손 뻗어서 머리띠 귀 만지작) 햄스터 형.
구원준:반 정도는? 왜, 진짜로 닮았잖아. 토끼 머리띠도 잘 어울리는 거 보면.
...햄스터는 좀 안 어울리지 않나?
권우찬: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형은 볼살이 말랑해 보여서 닮기라도 했지. (빠아안...)
그래서, 이제 어디 가고싶어 햄스터 형아?
구원준:그... 아니다. 말을 말자. (네 볼 쭈우욱 늘려버림) 말랑 토끼야.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면서 생각할까?
권우찬:으으어... (볼 쭈욱 늘어남) 내 볼...
그래, 늘어난 볼 얼음 찜질 받아야겠다...
놀이공원에는 사실 간식을 파는 노점도 명소입니다.
콘 위에 담아주는 아이스크림이라니
차마 시선을 떼기 어려울 것 같지 않나요.
심지어 터키 아이스크림입니다.
가끔 먹는다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맛이지요.
쫀득하게 혀에 감겨드는 우유 맛.
유혹적이지 않습니까.
다가서자 외국인 점원이 인상 좋게 웃어 보입니다.
아이스크림 하나에 2천 원입니다.
몹시 정확한 발음으로 우리 말을 구사하는게
아주 베테랑이네요.
조금 기대해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터키 아이스크림의 참모습을 알고 있습니다.
커다란 봉처럼 보이는 스쿱으로 아이스크림을 콘 위에 퍼담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저 눈은 누가 봐도 쉽게 줄 것 같지 않은데요...
현란한 동작이 이어집니다.
질 수는 없죠.
어디 한 번 아이스크림을 받아볼까요?
권우찬:형 화이팅~
구원준, 민첩 판정.
구원준:
민첩
기준치:65/32/13
굴림:3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권우찬:...와. (손이 눈에 안보였다)
형... 이런 재능을 숨기고 있었어?
구원준:나도 몰랐는데...
어때 좀 멋있어? (으쓱)
권우찬:나 방금 반할 뻔 했잖아. (입틀막)
날쌘 동작으로 낚아채 버립니다.
스쿱에 붙어있던 콘과 아이스크림을 빼앗긴 점원의 낯이 허망해 보이네요.
이렇게 낚아챈 손님은 드물다며 한 스쿱 더 떠주기까지 합니다.
하루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표정이라도 친절한 분이군요.
이제 승리의 맛을 느껴보도록 합시다.
권우찬:형, 그래서 그런데 나도 한 입만.
(낼름)
구원준:물어본 의미가 있나?
(낼름...)
권우찬:원래 기습으로 뺏어먹는 게 더 맛있으니까.
(한 입 더 먹기)
구원준:어쭈 뺏어먹는 주제에 당당하기까지?
(폰 들고 사진 찰칵) 아이스크림 먹는 토끼
권우찬:흡. (셔터 누르기 직전에 브이하기)
방금 뭐라고? 토끼?
구원준:(푸하하하...) 아니 민첩한 재능은 나보단 니가 더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뭐라고 했나? (눈 데굴)
권우찬:기왕 찍힐 거면 제대로 찍혀야지. 계속 보라고. (우쭐)
흐으음... (노려봄)
그래서, 생각난 거 있어? 귀여운 햄스터 형?
구원준:오냐 집 가면 아주 인화까지 해서 방에 붙여둘게.
뭐야. 못들은 줄 알았더니 다 들었구만... 회전목마 어때. 유치한가?
권우찬:뭐라고? 형... 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정말 곤란하다~ (뺨에 손 대고 쑥스러운 척 몸 배배 꼬기)
회전목마? 나쁘지 않지. 내가 왕자 해줄게. 어때.
구원준:(깊은 한숨...) 그냥 사진 삭제 할까? (약하게 꿀밤 꽁!) 연기 그만 하고. 별로 곤란하지도 않으면서 그래? 좋을 거면서.
무슨 왕자. 백마 탄 왕자?
권우찬:쳇, 이젠 통하지도 않네. 날 너무 잘 아는 거 아니야? (툴툴)
응, 어디에 있든 형을 데리러 오는... 어때?
구원준:좀 다른 반응을 원하나? (곰곰) 그럼 너무 좋아하지. (어깨에 머리 기대고 부비적) 이런 거?
난 공주님 역할이야? 좀 별론데...
권우찬:(멈칫, 몸 굳히더니 슬그머니 고개 기대고선 꼬옥) ...이거 좋다. 그것도 꽤.
그럼 형이 왕자 할래? 대신 나 찾으러 와야 하는데. (큭큭)
구원준:단순하긴... (같이 꼬옥 안아주곤) 너무 쉬운 남자 아니야?
무력한 공주와 그걸 구해주는 용감한 왕자는 유행 지나지 않았어?
권우찬:형한테는 어렵게 못 굴겠는데 그럼 어떡해. 쉬워서 재미없어도 어쩔 수 없어. (꾸아악)
그럼 어떤 걸 하고싶은데? 궁금하게.
구원준:누가 재미없댔나. 너무 어려워서 모르겠는 것보단 쉬운게 낫지. (어깨 팍팍) 야야, 숨막혀...
중간에서 만나기? 어디있든 공주는 포기 하지 않고~ 왕자도 열심히 찾으러 가고
권우찬:그래? 그럼 놔줘도 되겠다. (풀어주더니 흥얼거리며 발걸음 옮긴다.)
그거 좋은데, 더 빨리 만날 수 있겠다. 서로 엇갈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네.
구원준:(어이없다...) 재미없으면 내가 뭐 도망이라도 갈까봐? (가만히 뒷모습만 보다가 따라감)
엇갈리면 운명이 아닌 거지 뭐...
권우찬:매정하긴, 그래도 회전목마는 빙글빙글 도니까 괜찮겠네!
주변에서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은 죄다 어린 아이들입니다.
혹은 연인이거나.
적당한 속도에서 눈을 맞추기에 좋은 놀이기구이기는 하죠.
지금 들어가면 딱 좋겠습니다.
들거가고 나면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호박 마차]와 [말]이 보입니다.
어디로 가서 앉는 게 좋을까요?
구원준:백마 탄 공주님 말로 가실까요.
권우찬:좋아요, 에스코트 해드릴게요. 왕자님. (손 내밀기)
구원준:(손 잡기...) 요즘엔 공주가 에스코트도 해주고... 좋네.
권우찬:그렇지? 로맨틱하게 말도 같이 탈까. (남자 둘이 탈 수 있으려나?)
구원준:...우리 둘이 타면 말이 죽을 것 같은데
귀족답게 마차나 같이 탈까
권우찬:(고민...) 흠, 말 두 필 나란히 있으니 그걸로 만족할게.
자, 얼른 말에 타셔야죠? 곧 시작할 것 같은데.
구원준:그래도 회전목마인데 말이 낫긴 하지?
(말 위로 올라타 벨트까지 맨다.) 타세요 공주님
그 전에, 말을 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구원준, 근력 혹은 민첩 판정.
구원준:
근력
기준치:70/35/14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멋들어지게 올라섰습니다.
우찬이는 두 손으로 손뼉을 쳐주네요.
권우찬:형, 나 반할 것 같아. 어떡해?
사실, 당신이 생각하더라도 잘 올라탄 것 같긴 해요,
한 손으로 고삐를 틀어쥐며 자리에 앉는 것까지.
주변의 아이들이 웅성거립니다.
대단하다며 소근거리는 게 보여요.
그 말대로 멋졌어요, 구원준.
구원준:(우쭐....)
반할 것 같아? 이미 반한 게 아니고?
권우찬:사실 좀 그런 것 같기도 해. 고백공격 해버릴 것 같아.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꿈결처럼 보입니다.
빙글거리며 돌아가는 회전목마에서
웃음 소리는 그치지 않아요.
우찬이도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멈추고 나서야 아이들은 열린 문을 향해 쏟아지듯 달려 나갑니다.
이제 우리도 나가도록 할까요.
권우찬:오, 지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재밌는 걸.
구원준:그러게, 애들이나 탈 것 같았는데. (슬쩍 봄) 백마 탄 공주님도 괜히 예뻐보이더라.
권우찬:그래? 곧 결혼할 사람이라 그런가봐. 자기 예비 부인인데, 예뻐 보여야지. (슬쩍 팔짱 끼기)
구원준:(웃음 흘리곤) 그러게 곧 결혼까지 골인하면 더 예뻐보이겠어? (팔짝 낀 팔 당겨 가까이 붙게 하곤) 여보~
권우찬:...이건 좀 과하게 자극적인데. (귓가 벌겋게 물들이더니 고개 살짝 돌린곤 흘깃)
그래, 자기야. 우리 이제 관람차 타러 가볼까? (실실 웃더니 이마에 쪽)
구원준:(벌겋게 물들인 귀 빤히 바라보더니만 이마에 닿았다 떨어지는 감촉에 목 뒤 새빨개진다.) ......지금 누가 할 말을... (이마 만지작) 그래 자기야, 놀이공원 하이라이트는 롤러코스터 같은 게 아니라 관람차지.
권우찬:(역시 롤러코스터에 억하심정이...) 맞아, 둘만의 공간이 최고지. (음흉한 표정 지으면서 뒷목 손끝으로 살살 간지럽힌다.)
구원준:사람 많은 곳 오랜만에 왔더니 기 다 빨린다. (어깨에 슬쩍 기대곤)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변태 같은 표정 짓지 말고. (다시 슬쩍 떨어진다.) 간지러워...
권우찬:(따라 고개 기대곤) 그런 어려운 요구를 하면 들어줄 수가 없는데... (네 반응에 재밌다는 듯 큭큭대며 발걸음 옮긴다.)
어느덧 해는 완연히 저물었습니다.
하늘은 주홍빛에서 보라색이 섞이고 있어요.
파란색은 아주 자그마한 면적에 불과합니다.
사이사이에 얼룩이 진 구름이 떠다니는 사이
관람차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해는 저물어갈 테고
그때가 되면 경치를 바라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겠지만
운이 좋네요.
시기를 잘 맞췄습니다.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올라탈 수 있겠어요.
자리에 앉습니다.
마주 보고 앉아도 좋고,
옆자리에 앉아도 좋아요.
직원은 두 사람이 들어가자 문을 닫아줍니다.
관람차는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창밖으로 시야는 점점 높아지며
사람들의 목소리도 까마득해집니다.
우찬이는 적막을 깨듯이 발음했습니다.
권우찬:형, 이번 방학은 즐거웠어?
구원준:(끄덕) 누구랑 같이 있어서 그런가, 재밌었지. 너는?
권우찬:(작게 웃음 터뜨리더니) 나도 마찬가지야.
사실 이 놀이공원에 올 때마다 좋았던 것은 한 번도 없었는데... 형이랑 왔다는 사실만으로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지.
구원준:자주 와봤었나... (가만히 보더니만) 질투낼 필요는 없겠네. 좋았던 적은 없었다니까.
권우찬:질투하려고 했어? 솔직히 좀 기분 좋은데. (어깨 붙이더니) 그래도 정말 그럴 필요는 없겠다. 어차피 기억도 잘 안 나니까...
구원준:나랑은 처음인데, 자주 와본 것 같으니까. (누구랑 왔으려나... 주인공?) 나랑 온 것도 나중 가서 기억 못하는 거 아니지?
권우찬:그럴리가, 오늘은 정말로. 절대 못 잊을 걸. 아마 죽어서도 평생. (고개 기울여 물끄럼 시선 마주하곤) 이래놓고 형이 잊는 거 아니지?
구원준:죽어서는 좀... (시선 마주하면 입술에 짧게 입 맞췄다 떨어진다.) 오래 기억하고만 있으면 됐어. 나도 절대 안 잊어버릴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별 걱정을 다 하네.
권우찬:왜애, 제 2의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하는 거 아닌지 몰라. (눈 얇게 뜨다가 흠칫) ...약속한 거야. (네 뺨 살짝 붙들더니 입 맞추곤 숨 멎은 채로 가만히... 몇 초가 지난 후에야 떨어진다.)
구원준:제 2의 인생 죽어서 즐겨봤자 뭐하는데? 죽어서도 같이 살아줄 거면 즐겨보고. (슬쩍 웃더니) 그래, 약속. (닿고 있던 감촉이 떨어지면 아쉽다는 듯한 눈빛으로 보더니만 다시 다가가 입 맞춘다.)
권우찬:음, 그건 아직 안 죽어봐서 장담할 수가 없네. 노력해볼게. (네 말에 슬 웃음짓더니 고개 기울여, 쪽쪽 거듭 입맞추고선 팔 뻗어 네 허리께 끌어안는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저물었습니다.
관람차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어요.
금방이라도 별에 닿을 것처럼 올라간 곳에서
놀이공원은 쌀알만 한 조명이 흩뿌려진 듯 하네요.
서로를 품에 안은 채로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서서히 졸음이 몰려옵니다.
여기서 잠들어버리면 안될 텐데.
도로 관람차에서 나갈 때 우찬이를 곤란하게 하는 짓일 텐데.
머리 위를 쓰다듬는 손이 있습니다.
다정하고도 부드러운 무언의 허락.
그 말과 함께 조금씩 고개가 기울어지지 않나요.
몸이 쓰러지는 일은 없습니다.
서로에게 몸을 지탱하고 있으니까요.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잠에서 깨야 하는데
너무나도 졸려요.
...
온 몸의 감각이 사라집니다.
남아있는 것은 그저 감각입니다.
내가 분명히 잠들어 있다는 감각.
분명 이 기분은 꿈결을 헤매고 있는 거겠죠.
구원준, 정신력 판정.
구원준:
정신
기준치:60/30/12
굴림:87
판정결과:실패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없습니다.
그저 정면에서 찰나의 순간
들려왔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저 방향으로 걸어봅시다.
서서히 걷다 보면 느껴지지 않나요.
이곳은 익숙한 길입니다.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요.
학교에서부터 집으로 돌아갈 때는
꼭 여기로 향하곤 했습니다.
가장 가까웠으니까.
그런데 보이는 집은
당신의 익숙한 초록 지붕의 이층 집이 아닙니다.
허름한 주택과 그 대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보여요.
이번에는 도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양철 대문 너머로 집을 바라보던 타인이 말했습니다.
꿈 속의 권우찬:여기가 형네 집이었구나.
헷갈릴 수 없는 목소리입니다.
우찬이의 음성이잖아요.
우찬이는 잠금장치도 없는 문을 열었어요.
집 안으로 이어지는 문을 하나 더 열더니 신발을 벗습니다.
거실 한 가운데에 누워있는 것은
바로 당신이었어요, 구원준.
가구 하나조차 놓여있지 않은 공간에서 홀로 누워있습니다.
우찬이는 그 곁으로 다가가서는 자리에 앉습니다.
마치 죽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일자로 누워있는 몸을 응시합니다.
창 밖으로는 어두컴컴하기만 한 밤이었어요.
벚꽃이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시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달빛이 밀려듭니다.
고운 낯이 망연히 중얼거려요.
꿈 속의 권우찬:이상하지 않아?
언제나 특별하게만 보였던 그 사람이 말합니다.
아득한 감정에 휘말린 채 말합니다.
꿈 속의 권우찬:나는 왜 값싸게 사랑을 팔리고,
형은 왜 배경처럼 살아야 하는 걸까.
우리의 고통을 말하며 일그러진 웃음을 내뱉습니다.
잠에서 깨어날까 숨죽이며 어깨를 떨었습니다.
마치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고통을 견뎌내는 것처럼.
꿈 속의 권우찬:어째서 이런 세상에서 태어나야만 했던 걸까.
해답은 찾았을까요.
꿈 속의 권우찬:참을 수 없이 화가 나.
분노를 품은 채 내내 웃어주었던 걸까요.
꿈 속의 권우찬:그래도 이번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이런 적은 없었어.
정말, 단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어.
이번에야말로...
저 사람의 희망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하였습니까.
꿈 속의 권우찬:내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형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해.
도대체, 어디에서.
꿈 속의 권우찬:여태껏 우리는 자유를 잃었으니까.
정원을 무성히 채우고 있던 잡초가 사라집니다.
서서히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풀밭입니다.
가장자리의 정원에서 피어오르는 것은 노란 꽃송이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보의 흔적을 가려버릴 것처럼 피었습니다.
노란,
아주 노란 꽃...
곧 고개를 든 우찬이는 허공을 바라봅니다.
흐릿하게 보이는 창 같은 게 있어요.
그 위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건드리는 것 같았어요.
꿈 속의 권우찬:집은 이층집으로 하는 건 어떨까. 초록 지붕이 있는 이층집.
주말이면 여유가 될 때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자.
정원에는 노란 꽃이 지지 않을거야. 언제나.
저녁 식사는 되도록 함께 하는 가족으로.
다정한 부모님과 귀여운 동생들과 함께...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왔다는 쪽이 좋겠어.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한 번의 목소리가 이어질 때마다,
손가락 끝이 움직일 때마다 풍경이 바뀝니다.
단출했던 집에 구색이 생기고
존재하지도 않던 안방의 문이 생기고
거실에는 푹신한 소파가 놓였어요.
텔레비전도 큰 것이 놓였고요.
마법처럼 모든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것을 이루는 건 오직 단 한 사람입니다.
깊이 잠들어있는 당신의 머리맡을 지키는 이가 말하였습니다.
이 세상의 선택을 받았고,
사랑할 운명이 정해졌고,
완벽한 미래를 꿈꿀 수 있었던 권우찬이 속삭입니다.
꿈 속의 권우찬:좋은 꿈 꿔, 원준이 형.
이제, 형은 엑스트라가 아니야.
시야가 멀어집니다.
꿈에서 깨어나려는 걸까요.
추락하는 정신 속에서도 어쩐지 잊기 힘듭니다.
당연하잖아요.
가장 특별한 것을 대하는 듯한 음성을,
어떻게...
◼◼◼ 상승+30
Chapter 6. 안녕, 새하얀 봄의 로맨스.
익숙한 곳에서 두 눈을 뜹니다.
사방이 어두컴컴한 방 안.
몸에서 흘러 내려간 이불이 아니었다면
꿈과 혼동했을 지도 몰라요.
창 밖에서는 벚꽃이 내립니다.
새카만 밤에 아로새기듯이 하얀 꽃잎이 흐드러집니다.
정원에는 노란 꽃이 있었고요.
어떻게 우찬이가 놀이공원에서부터 당신을 옮겨주었는지
그건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더 놀라운 것을 보았잖아요.
알고 있잖아요.
그건 망상이 아닙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더라도 부정할 수 없을 거예요.
그건, 모두 사실이었어요.
만나야 합니다.
만나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직감이 차오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요.
이건 본능입니다.
생을 관통하는 본능입니다.
뜨거운 것을 잡으면 귀에 손을 대고
눈이 부시면 그늘을 찾아 걷듯이.
자, 일어서서 달리도록 합시다. 구원준.
우찬이는 어디에 있을 것 같나요?
구원준:(생각나는 곳이 없다... 생각해보니 집의 위치도 모른다.) ...학교 옥상?
그래요, 바로 그곳입니다.
바로 그 옥상이요.
목격했을 때부터 상황은 쏜살같이 지나갔어요.
윤리관은 머릿속에서 뒤엉켰고
죄책감은 지르밟히고 말았습니다.
살점이 터지는 소리
난간 밖으로 사람이 떨어졌는데도
아름답게 웃던 권우찬까지...
구원준, 여전히 그 모습만이 떠오릅니까?
과연 그 옥상이 여전히 주인공의 비극만으로 느껴지나요.
아니잖아요.
분명 아닐 겁니다.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올라갑시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벅찰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달립시다.
이번에는, 내가 너를 향해서.
옥상의 문을 열어젖힌 순간
무엇을 보았습니까.
낮은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벚꽃은 땅을 겉돌기만 합니다.
이만큼의 높이까지 올라오지 못해요.
새카만 밤하늘을 보았나요.
경악해서는 이쪽을 바라보는 우찬이를 보았나요.
아니면 권우찬의 등 뒤로 있는 분홍색의 팝업창을 보았나요.
우찬이는 말합니다.
처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 목소리는 얼핏 애원을 닮아있습니다.
권우찬:형, 부탁이야.
뒤돌아서서 나가면 안 될까?
구원준:...나가라고? 내가 무슨 기분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싫어 절대 안 나가.
권우찬:...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알아, 형은 억지로 움직이지 않지.
그러지 않는 보통의 세상을 바랐으니까.
하지만, 형이 저 문 밖으로 밀려나는 건 할 수 있어.
◼◼◼ Roll
기준치:0/0/0
굴림:18
판정결과:실패
...어라?
권우찬:
시스템 Roll
기준치:0/0/0
굴림:65
판정결과:실패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당혹을 느낀 것은 권우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스템 작동이 실패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린 걸까요.
한참이고 제 손바닥을 내려다 보더니
고개를 듭니다.깨달음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는 인간은
저런 목소리를 내는 군요.
권우찬:...그렇구나.
시스템 제어권이 형에게로 옮겨진 거야.
방학을 보내는 사이에.
권우찬은 당신을 바라봅니다.
밤하늘 아래,
[이 게임을 삭제하겠습니까?] 라는 팝업팡을 등진 채로.
구원준:설명을 좀 해봐. 지금 이게.... 대체 뭔지.
권우찬:...형, 만약 이 세상에 고작 하나의 게임에 불과하다면 어떨 것 같아?
구원준:...게임? 그건 나도 이미 알아. 니가 죽인 게 누구였는지까지도. 근데 그게 뭐가 어떻다고. 게임이 삭제된다 하면 너는 어떻게 되는 건데.
권우찬:(놀란 듯 눈이 살짝 크게 뜨이더니, 이내 부서지듯 흐릿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아... 이미 알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알고 있겠네. (...) 알잖아. 나도 그렇고, 형도 어떻게 될지 정도는.
구원준:다 알면서도 여기서 널 말리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가. 공주를 구하는 왕자는 이제 유행 지난 줄 알았는데, 내가 좀 해보고 싶어져. 근데 그게,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거라면 어쩌지. (가까이 다가가 네 손을 잡는다.)
권우찬:(지그시 눈을 내리뜨고선 맞잡은 손을 바라본다. 그저 가만히...) 여기서 다 그만두고 어디론가 간다고 해도, 그게 해피엔딩은 아닐거라는 것 쯤은 알아. 분명 형은 사라지고 말 테니까. 그게 형의 의지가 아니라고 해도.
구원준:(맞잡은 손이 따스하다. 이 온기를 잃고 싶지 않다.) 우리한테 해피엔딩이라는 게 있는 걸까. 이런 곳에서 만난 것만 아니었더라도 영원을 생각하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엔딩 같은 걸 생각하는 게 아니라. (...) 내가 사라진다고?
권우찬:그래, 사라질 거야. 지난번에는 기억만을 잃고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과연 기억만으로 끝날까. 게임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형은 모든 걸 잊어버릴 테고, 나는 또 혼자 남게 되겠지. (맞잡은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숙인 낯은 조금 일그러져 마치 울음을 삼키는 듯, 눈을 지그시 내리감는다.)
나에겐 우리의 해피 엔딩이 떠오르지 않아. 그러니, 난 이런 선택을 하는 거야.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한 채로 끝을 맺고 싶어서.
구원준:(잠시 아무런 말이 없다.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울음을 삼키는 듯한 얼굴을 스치듯 본 순간, 고집을 부리고 싶던 마음까지도 사라지고 만다.) 꿈을 꿨어. 아마 그냥 꿈은 아니었겠지. 거기서 널 보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널 보는 순간이 처음으로 불행했어. 너도 날 보면서 그랬을까. (널 품에 안고 어깨에 얼굴을 파묻는다.) 무서워. 이렇게 다 끝나버리게 되면 다신 만나지 못할까봐.
...네가 하려는 선택이 맞는 거겠지. 만약에 정말로 내가 사라지게 된다면, 너 혼자 여기에 남아있는 걸 생각하고 싶지 않아. (얼굴 떼어내곤 잠시 숨을 고른다.) 그래서 끝을 맺는 건 어떻게 하려고 했던 건데?
권우찬:...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네 몸을 마주 끌어안고선 어깨에 고개를 파묻는다. 참지 못한 눈물이 옷깃을 적신대도 마주보고 있지 않으니 네가 꼴을 볼 리가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미안, 하지만 난 이젠 정말로 견딜 수가 없어. 형과 어른이 되어 미래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도, 또 다시 형을 잃어야 한다는 것도... 그렇다면 모든 것이 전부 끝나버리길 바라.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은 건 너무 이기적인가? (작게 웃더니 제 손등으로 눈가를 꾹 누른 채로 낮게 말을 잇는다.) 내가 주인공을 죽였으니, 밖에서는 오류를 점검하고 있을 테고. 곧 수정을 마치고 있을거야.
그러니 끝을 맺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었어.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것.
구원준:(어깨에 고개를 파묻는 네가 어쩐지 안쓰럽다. 머리를 느릿하게 쓰다듬어주고 있으니 어쩐지 어깨가 물기로 젖어들고있는 것만 같다. 매마른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진다. 그럼에도 널 잃고 싶지 않았으므로.)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자. 이 세계에서 피해자가 있다면 그건 나보다는 너겠지. 이 세상이 이어진다 해서 고통 받는 것도... 너일 테고. (다시금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이 말은 나중에.... 정말 나중에나 하려고 했는데. 좋아해. 이런 감정 가져도 되는 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된 김에 욕심내도 되잖아.
(눈가 누르고 있는 네 손 잡아 내리곤 슬쩍 웃어보인다.) 그래도 섭섭한데, 나한테 마지막 인사도 안 하려고 했어, 공주님? (누가 보아도 운 것 같은 눈가에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다.) 지운다는 건... 저 팝업창으로 지울 수 있는 건가. 진짜 게임같네, 기분 나쁘게.
권우찬:끝에서마저 나를 위해주는 구나. 형은... 너무 순진해서 탈이야. (네 손을 겹쳐 쥐더니, 쓰다듬는 손을 가져와 제 뺨에 대고선 마주본다.) 난 이렇게 된 김에, 라고 하기에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겠지만... 사랑해. 형이 아니면 그 누가 진짜 사랑에 대해 알게 해줄 수 있었겠어. 함께 사라지자고 말하는 주제에 바보같지만, 아마 평생이 가더라도 잊을 수 없겠지. 그 어떤 순간보다도 환상적일 테고.
(눈 감았다 뜨더니 엄지로 네 눈가에 흐른 눈물 매만진다.) 형이 잠들었을 때에 끝을 맺고 싶었어. 이 방학 동안이, 넘치도록 행복한 시간들이었으니까... 슬퍼지지 않도록. 근데 형도 울었네. (네 말에 큭큭대며 웃더니) 아무래도 그런가. 정말 게임이라는 사실을 확신시켜주는 거니까 말이야.
...이제 난 저 팝업창을 누를 권한이 없어. 결국 마지막에 선택하는 건 형이 하는 거지. (...) 곧 끝이니까, 한 번만 더 입맞춰줄래?
구원준:(네 말에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입술 바깥으로 새어나온다.) 그래서, 순진한 남자는 싫어? (네 뺨 위에 올린 손으로 잠시 시선 옮기더니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얘기할 걸 그랬네. 겨우 몇 번 얘기하기에는... 더 듣고 싶고, 더 해주고 싶은 말이잖아. 함께 사라지자는 거, 어떻게 보면 또 낭만이네. 낭만 나한테 좀 배웠다면서 언제 이렇게 컸지. 이젠 내가 배우게 생겼잖아.
나도 행복했어. 이 방학이 마지막일 거라곤 생각 못했지만... 어쩌면 이렇게 될 걸 알고 방학 동안에 같이 다니자고 한 거겠구나. 생각하면 또 웃기고 그렇네. (네 손바닥에 쪽쪽, 입 맞춰준다.) 슬픈 거야,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자고 있는 동안 모든 게 끝나는 것보다는 마지막으로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가는 편이 더 행복해.
(...) 진짜 실감이 나네 이게 끝이라는 게... 이 세상이 사라지면, 정말 그대로 끝인 걸까. 왜, 사후세계라는 것도 있잖아. ...게임에선 그런 것도 없나? 그건 좀 끝까지 잔인한데. (입술을 포개면 따스한 살의 온기가 느껴진다. 떼어내고 싶지 않아 잠시 입술을 포갠 채로 가만히 서있다 이내 떨어진다.) 사랑해.
권우찬:진심으로 물어보는 거야? 그런 덕분에 내 멋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 걸. (눈동자에 담긴 서로의 모습, 시선 마주친 채로 활짝 웃음짓는다.) 말했잖아, 내가 배우는 건 빠르다고. 사랑한다고 실컷 말하려면 지금밖에 없겠어. 사랑해. 더 멋진 말들로 포장하고 싶지만, 결국 내가 하고싶은 말은 사랑한다는 말 뿐이야. 지난 시간이 행복했다고 말해주니 기쁘다. 차라리 이렇게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다면 아쉬웠겠다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다음 생을 바라보는 건 어때? 누군가에게 강요당하지도 않고, 유희거리로 전락하지도 않은 채로 그저 자유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사랑을 하는 거야. 내가 이 세상의 시스템을 손아귀에 쥔 것처럼,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싶다. (네 몸을 끌어안은 채로 부드러운 감촉과 따듯한 온기에 모든 것을 맡긴다. 이대로 사라져도 괜찮을 정도로 행복하도록. 떨어지고 싶지않아 따라가던 고개가 겨우 코 앞에서 멈춘다.) ...나도 사랑해.
이 세상은 로맨스 공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언젠가부터 자각했던 것처럼요.
평범한 주인공이 매력적인 사람들과 사건에 엮이더니
결실을 이루어내죠.
권우찬도 분명 멋들어진 말과 문장을 그려냈을 겁니다.
수집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지만, 이것 보세요.
이보다 처참한 고백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이보다 적나라한 사랑이 또 어디에 있을 수 있나요.
온전한 네 곁에 있고 싶었다고
그럴 수 없는 운명이 미웠다고
그리하여 전부,
사랑이었다고.
곱게 포장할 수 있었을 텐데,
날것으로 뱉었기에 오히려 생생합니다.
그래요, 이게 권우찬의 사랑입니다.
당신에게 내어주는 구겨진 애정입니다.
이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두 갈래의 길이 있어요.
저 팝업창에서 YES를 누르거나,
NO를 누르거나.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제는 엔딩을 정해야 합니다.
우리의 엔딩은 무엇일까요.
그 이름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구원준:다음 생이 진짜 있었으면 좋겠네.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다시 만나자.
(YES 버튼 누른다.)
당신은 선택하였습니다.
분홍색의 팝업창 위로 손가락 끝을 대었어요.
이 세상을 삭제하는 것에 긍정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째서 수긍하였을까요.
엉망진창이었던 설득을 이해한 걸까요.
지리멸렬한 고백이 좋았을까요.
혹은,
어쩌면 당신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을까요.
다시는 빼앗기고 싶지 않았을까요.
세상이 뒤흔들립니다.
새카만 하늘은 산산이 부서져 갑니다.
아주 조그마한 조각이 되어 바스러집니다.
발끝에서부터 아주 서서히.
느린 속도로 이 세상은 멸망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사라지겠죠.
데이터는 픽셀이 되어 추락할 거예요.
우찬이는 두 팔로 당신을 끌어안았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것이 이루어진 순간,
말하고 말았어요.
권우찬:나는, 궁금했어. 어째서 이 세상에 태어나야만 했을까.
왜 공평하지 못한 운명을 살아가야만 했던 걸까.
그럼에도...
마지막에 형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지금, 너무나 행복해.
지금 남기는 모든 말은 유언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서 받아들였지요.
옥상의 벽면이 갈라집니다.
가루가 되어 떨어집니다.
조각마다 0과 1로 이루어진 땅의
유성이 되어 떨어질 것입니다.
우리도 그럴 거예요.
다른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우리에게도 다른 사랑을 할 기회가 찾아올까요?
눈을 감도록 해요.
두 사람, 이제는 같은 꿈을 꾸어요.
...
...
ENDING 3. 멸망하는 세상의 마지막 로맨스.
권우찬, 로스트
구원준,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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